전합 7대5 찬반 팽팽···지사직 유지한 이재명 대권 행보에도 ‘청신호’
TV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극적으로 직을 유지하게 됐다.
상대방 질문에 소극적으로 말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것(부진술)이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다”라고 다수 의견을 모았다.
전합은 16일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사건을 회피한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 중 7명은 이 지사가 지난 2018년 5월과 6월 공중파 방송 경기도지사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허위사실공표)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였던 이 지사는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 했죠?”라는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자의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저희 어머니, 형님, 누님 등이 진단을 의뢰했던 것이고, 제 관할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지사)의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는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로 볼 수 없다”며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했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이날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검사사칭 및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직선거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5명은 “피고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발언했다”며 “전체적으로 ‘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지사의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대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에 대해 헌법합치적인 해석의 기준을 제시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 “1300만경기도민의 선택이 좌초되지 않고, 이 지사께서 도정에 전념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길고 힘든 시간을 지나왔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절차에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파기환송으로 향후 이 지사의 대권 행보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사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한 상황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항마’로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