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대공황 이후 최대 경기침체지만 빠르게 대응 중"
미국 정부가 신속히 재정 및 통화정책 나서면서 효과···구조조정 없어 장기 경기침체 없을듯
코로나19 이후 4차산업 및 기술진보 한층 가속화···코스피도 기술주 위주 나스닥 닮을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실물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증시가 늘어난 유동성으로 일시 반등한 것일 뿐, 경제상황에 따라 결국 W자 형태의 더블딥(이중침체)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등 각국 정부가 정부지출을 빠르게 늘렸기 때문에 장기 경기침체를 피하고 V자형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6일 시사저널e가 개최한 ‘2020 웰스업 투자 세미나’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확장적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이 이뤄지면서 민간부채가 정부부채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다”며 “과거 대공황이나 글로벌금융위기 당시처럼 구조조정을 통한 부채축소(Deleveraging) 과정이 이뤄지지 않기에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2015년 ‘최연소 리서치센터장’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 메리츠증권을 차세대 리서치명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이 센터장은 ‘코로나19, 대공황 침체국면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1부에서 강연자로 나서 하반기 증시 전망과 유망한 투자 섹터 등을 제시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올해 경기 상황은 대공황 수준의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IMF는 올해 전세계 GDP 성장률을 -4.9%, 미국은 –8.0%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이 –8.9% 성장률을 기록했던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미국 나스닥은 5월부터 연초대비 상승으로 전환한 데 이어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놓고 증시의 일시적 반등일 뿐, 결국 다시 W자형태의 더블딥이 일어나면서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센터장은 부채 사이클 조정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침체 진입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과거 1930년대 대공황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장기 경기침체는 부채사이클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동안 경기침체 시기에는 외부충격 발생으로 수면 아래의 과잉부채 문제가 드러나면서 부채문제를 일으킨 경제주체에 대해 자금지원보다 책임을 묻는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민간부문 부채가 감소했고 이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경제 주체들에 대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없다. 이에 미국은 연준법 13조3항에 근거,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민간부분 부채는 정부 부채로 이전되고 있다. 정부가 민간부채를 대신 떠안는데 적극적이기에 장기침체 진입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장기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미국 고용시장의 장기 부진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최근 급격한 경기 위축과 노동시장 충격은 대부분 지역봉쇄에 근거하고 있는데, 조업 재개가 이뤄지면 일시해고자 중심으로 조업장 복귀가 예상되기에 미국 고용의 장기부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의 2차 재유행에 따른 2차 락다운(봉쇄) 조치가 실시될 경우 이중침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경제주체들은 이미 학습효과가 있고 1차 유행에 비해 방역시스템이나 정책대응 메카니즘이 구축됐기 때문에 부정적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맞게 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4차산업 혁명 및 기술진보가 더 빨라지고 있기에 사회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주도 업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국 정부가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쓰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는데 통상 이런 시기에는 주도주 쏠림 현상이 한층 심화됐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의 지형변화를 보면 해당 국면의 주도주가 늘 바뀌어왔다. 우리나라 증시는 1990년대는 금융(은행)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2000년은 통신, 2007년은 시크리컬(정유·화학·철강·기계), 2015년은 화장품 순으로 주도주가 바뀌어왔다.
최근에는 언택트 수혜업종인 IT와 S/W, 바이오, 전기차 및 2차 전지 기업 등이 시가총액 상위권으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이러한 흐름을 근거로 국내 증시도 향후 기술주 위주의 미국 나스닥과 닮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때보다 다양한 변수들이 글로벌 투자시장에 존재하는 가운데 하반기 국내외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고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시사저널e가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초청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