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기능 강화 및 정책 대안 제시한다는 점 때문에 전경련과 비교선상 올라
전경련 대체하기보단 기존 노사문제 전문성 가져가며 종합적 능력 가미한 조직될 가능성 높아

지난 16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이 종합경제단체로의 변모를 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비교선상에 오르게 됐는데, 조직 고유의 성격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엔 전경련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경총은 종합경제단체로 변모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50주년 행사에서도 손경식 회장은 “종합경제단체로서 새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경총의 이 같은 자신감 있는 행보가 손경식 회장 취임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만 해도 경총과 정부 사이 훈풍이 불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5월 경총포럼 당시 김영배 부회장이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발언했는데, 청와대가 그 다음날 곧바로 “성찰이나 반성 없이 잘못된 내용을 갖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며 불편함을 드러낸 일도 있었다. 허나 손 회장 취임 이후 이 같은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재계 인사는 “(종합경제단체 변모 선언은)손경식 회장이 나섰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종합경제단체라는 것은, 즉 연구기능을 강화해 정책개선을 건의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기업경영장벽 보고서 발간 등 기업들의 에로사항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사 문제를 넘어 세제, 신산업 분야 등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할 계획인데 이는 기존 경총의 활동범주를 넘어서는 것으로 비춰지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연구관련 예산도 14억원에서 25억원으로 확대한다.

이 때문에 경총의 계획은 곧 지금의 전경련과 비슷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는다. 연구결과 및 재계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전경련이 가장 전문성을 갖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경총이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최근 최저임금 문제 등 경총이 나설 문제들이 있어서 경총이 더욱 전면에 나서는듯 한데, 종합경제단체가 되고 나아가 재계 전체를 대표하게 될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전했다.

경총은 전경련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재계 문제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연구한다기보다, 노사분규 등 이슈와 관련해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 연구기능은 노사관계 부분 등에 한정돼 있었다. 노사문제와 관련해선 대한민국에서 가장 전문성을 갖춘 재계단체다.

허나 이 같은 경총이 지금의 전경련만큼 전반적인 정책이슈에 뛰어들기 위해선 각각 분야와 관련한 인적 확보 및 조직 구성이 필수적이다. 어느 정도 조직을 갖추게 되더라도 충분한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 전경련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은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기업 활동 관련 연구를 해왔다. 전경련이 정부로부터 패싱을 당하고 있는 지금도 한경연은 지속적으로 연구 및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와 관련 재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 전체의 입장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종합경제단체로서의 경총의 특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췄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대기업들의 선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전경련의 강점이다. 실제로 이 같은 점 때문에 패싱 이후에도 많은 회원사들이 탈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아직까진 경총이 전경련을 대체할 것이라기 보단 기존 전문성에 종합적 성격을 가미한 조직으로 나아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총 관계자는 “모든 경제계 단체들이 조금씩 역할이나 성격이 겹친다”며 “(종합경제단체로의 변화는)지난 50년 동안 갖춰온 노사문제 전문성에 보다 다양한 산업적 이슈들을 보강 및 접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총이 종합경제단체로 거듭나면 함께 시너지가 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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