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코스 지분 전량 매각하고 스위스퍼펙션 인수···해외 진출 교두보 마련
오노마·연작 등 브랜드 글로벌 진출도 탄력 전망···내년초 현대百과의 경쟁도 예고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액 추이. / 표=이다인 디자이너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액 추이. / 표=이다인 디자이너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지휘 아래 화장품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국내 백화점 최초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해 신세계백화점을 글로벌 백화점으로 만들고, 업계 후발주자였던 면세점을 빅3에 안착시켰던 정 총괄사장이 이번엔 화장품 분야에 사업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 총괄사장은 저수익 사업은 버리고 화장품 사업 재정비에 나서면서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계열사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5년 만에 제조업을 정리한 이후 비디비치를 인수, 시코르 등을 통해 화장품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 화장품 부문은 지난 2017년 매출 627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달성하며 첫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680억원의 매출을 올려 2012년 화장품 사업 시작 당시 1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194배 가까이 성장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패션사업부로 시작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인수로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당시에도 정 총괄사장이 인수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를 사들여 신세계백화점은 물론 해외 백화점을 통해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년간 정 총괄사장은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레, 향수 브랜드 딥티크, 아워들래스 등 국내 판권을 인수했고 올해 자체 브랜드 오노마를 출시, 스위스 명품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Swiss Perfection)’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스위스 퍼펙션은 1998년 론칭한 50~100만원대 최고급 스킨케어 브랜드로, 모든 제품을 스위스 전통과 기술력에 기반해 생산하는 100%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로 유명하다.

신세계의 스위스퍼펙션 인수 역시 뷰티사업을 키우겠다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제조사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지분 50%를 인터코스에 전량 매각하고 여유자금을 확보한 것도 뷰티 브랜드의 브랜딩과 유통에 전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신세계는 이번 스위스퍼펙션 인수를 계기로 ‘한국판 로레알’과 같은 글로벌 뷰티 그룹으로 사업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 신세계는 현재 기업간거래로 운영되고 있는 스위스퍼펙션을 국내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시켜 글로벌 소매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3년 내 중국에도 진출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울 방침이다. 또 아시아 시장을 넘어 국내 뷰티산업을 미국과 유럽으로도 넓힌다는 복안이다.

앞서 신세계는 비디비치를 인수 당시 연매출 19억원에서 지난해 2100억원대로 성장시킨 바 있다. 또 비디비치를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시켜 올해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 6·18에서 중국 양대 온라인몰인 티몰과 징둥닷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하는 호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노마, 연작과 같은 신세계 자체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스위스 퍼펙션에 힘입어 탄력을 입을 전망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스위스 퍼펙션 사업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내년 초 현대백화점그룹의 ‘프리미엄 스킨케어’와도 경쟁이 예고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을 통해 화장품 사업에 첫 뛰어들기 때문이다. 한섬은 기존 패션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은 매년 10% 이상 신장하는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마켓이지만, 아직까지 대표할만한 국내 브랜드가 없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프리미엄 화장품 핵심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화장품 사업이 의미 있는 실적을 내기까진 쉽지 않을 것으로, 섣부른 새사업에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세계 역시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1분기 실적이 주춤했고, 면세 부문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실적 개선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스위스퍼펙션을 앞세워 글로벌 화장품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외 브랜드 인수를 적극 검토해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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