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저출산 가속···실직 비정규직·여성 집중
육아휴직제 개선 제기···“전국민 고용보험제·급여 인상 필요”
“남성 돌봄 필요···근로시간 단축으로 가능”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비정규직과 여성 위주로 실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육아휴직급여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14일 관련 전문가들은 전국민 고용보험제 전면 도입과 근로시간 축소를 통한 남성의 돌봄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최근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4월 출생아 수는 2만3420명으로 지난해 4월 2만6151명보다 2731명(-10.4%) 줄었다. 2015년 12월 이후 53개월째 감소세다. 이에 인구도 6개월 연속 자연 감소했다. 6개월 연속 인구 자연감소는 출생아와 사망자 집계가 이뤄진 1983년 이후 처음이다.
출산과 관련성이 높은 혼인 건수도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4월 혼인 건수는 1만5670건으로 지난해 4월보다 21.8% 감소했다. 4월 기준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후 가장 많이 줄었다.
저출산의 원인은 높은 집값, 취업난, 사회적 인식 변화, 늦어지는 결혼 연령에 따른 난임 등 다양하다. 특히 출산의 주체인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 출산하거나 결혼하는 여성 10명 가운데 4명은 다시 직장에 복귀하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취업여성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정책적 함의’에 따르면 첫째 아이 출산 전·후 6개월 간 취업 중이었던 기혼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경험한 비율은 44.6%였다. 경력 단절 경험 비율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결혼 전·후 6개월 동안 취업 중이었던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 경험 비율도 42.3%에 달했다.
무엇보다 고용보험을 가입할 수 없는 여성 노동자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인 특고,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육아휴직과 육아휴직급여를 이용할 수 없다. 지급 대상자가 고용보험 가입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특고만 2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실직은 비정규직에 집중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발표한 ‘코로나19 6개월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비정규직은 26.3%로 정규직(4%)보다 6.57배 높았다. 여성(17.1%)의 실직 비율도 남성(9.8%)보다 컸다.
박종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가족연구센터장은 “첫째 아이 출산과 결혼에 따른 경력 단절 경험 비율이 40%대에 달하는 상황은 여성들이 출산과 결혼을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육아휴직급여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만 활용할 수 있어 문제다.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 프리랜서 등은 이를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하면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줄어 저출산 현상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면적인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언제 가능할 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몇 개의 특고 업종에 우선적으로 적용해 점진적으로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고용보험 미적용자에 대한 육아휴직급여 지급에 대해서도 현재 계획이 없다. 지난해 정부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출산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보험 미적용자 대상 육아휴직 적용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들은 전국민 고용보험제가 도입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독박 육아를 해소하는 것도 저출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센터장은 “남성도 육아 돌봄에 적극 참여해야 저출산에 대응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육아휴직 상한액을 높여 실질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육아휴직급여는 3개월까지는 최대 월150만원, 4개월부터는 최대 월1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