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영업점 줄이고 호남 지역 영업점 늘려···전북·광주은행, 점유율 회복세
2분기 호남권 제조업·건설투자·수출 등 악화···은행 영업 악영향 불가피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수도권 진출보다는 연고지역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JB금융그룹의 ‘U턴 전략’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JB금융은 김기홍 회장의 취임 이후 수도권 지역의 영업점을 줄이고 호남 지역의 영업점을 늘리는 등 호남 영업을 강화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상황이 급변하게 됐다.

지난 2분기 기준 호남권의 지역 경기는 제조업, 건설투자, 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호남 집중 전략에 대한 JB금융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J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모두 지난 1분기에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지역 영업점 줄이기에 나섰다. 전북은행의 수도권 지역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18개에서 17개로 1개 감소했으며 광주은행은 30개에서 28개로 2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호남 지역의 영업점 수는 각각 73개에서 74개로, 115개에서 117개로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김기홍 JB금융 회장의 U턴 전략이 적극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 회장은 그동안 JB금융이 적극 추진해왔던 수도권 투자를 줄이고 호남지역 점유율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 열린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도 그는 “수도권에서 점유율 1% 높이는데 쏟는 비용이면 연고지에서 점유율 9%를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그룹 핵심 경쟁력을 높이는데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 취임 전까지 JB금융은 지방금융그룹 중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은행 영업점을 운영하는 등 영업 영역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은 신규 전략은 실제 지표 개선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32.03%에서 지난해 22.56%까지 하락했던 전북은행의 전북지역 수신점유율은 올해 1분기 23.17%로 0.61%포인트 개선됐으며 같은 기간 27.8%에서 27.6%로 악화됐던 광주은행의 광주·전남지역 수신점유율도 올해 1분기 29.1%로 상승했다. 광주은행의 경우 광주·전남지역 여신점유율도 지난해 말 19.3%에서 19.4%로 0.1%포인트 개선됐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여수신 영업 중 호남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 1분기 기준 전북은행의 대출금 중 전북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63.7%로 지난 2018년(60.7%)보다 3%포인트 높아졌으며 예수금 중 전북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57.4%에서 67.1%로 9.7%포인트 증가했다. 광주은행은 광주·전남지역의 예수금 비중이 같은 기간 71.2%에서 77.6%로 늘어났으며 대출금은 65.5%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JB금융은 이러한 호남지역 영업을 바탕으로 지난 1분기 1016억원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동기 대비 4.2%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JB금융의 호남 집중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호남 지역의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성장동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호남권의 경기는 전분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폭 악화’를 기록한 수도권, 동남권(경남권), 충청권, 대경권(대구경북권), 제주권보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주택매매·전세가격만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제조업 생산, 건설투자, 수출, 고용, 소비자물가, 기업자금사정 등은 모두 감소·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의 경우 석유화학·정제, 철강, 자동차를 중심으로 큰폭 감소했다. 심지어 지난달 말부터 이달까지 광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 호남지역의 경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역 경기 침체가 JB금융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BNK금융과 DGB금융 등도 모두 코로나19발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차이가 있다면 JB금융은 다른 지방금융그룹과는 달리 특정 지역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물론 아직도 JB금융은 서울, 수도권에 영업점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디지털, 글로벌 등 다양한 방안들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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