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언택트 문화’ 확산···건설기술 변화 움직임
대림·현대·현엔 등 대형사 BIM 도입 치열···설계 오류 잡고 시공 속도 향상
건축기법 변화, 모듈러·PC 공법 선점 나서···현장 접촉 최소화
건설사들이 최근 3차원 빌딩정보 모델링(BIM)과 모듈러·PC 등 스마트 건설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 기술들을 통해 현장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용과 인력·시간 등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가 언택트(비대면) 환경 기반으로 재편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건설사들도 패러다임 전환과 기술혁신에 나선 모습이다.
◇대림산업·현대건설·현대ENG 등 BIM 기술 선점 나서···BIM 통한 현장가상화로 사전에 설계 오류 제거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건설 기술의 비대면화 전략을 활발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마트건설 핵심기술로 꼽히는 BIM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려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BIM은 기존의 2D 설계도면을 3D 도면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3차원 모델로 가상 시공을 해보면서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부분을 사전에 제거해 설계 오류를 없애고 시공 속도와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중국 우한에서 병상 수만 2000여개에 달하는 대형병원이 약 2주 만에 지어진 것도 BIM 기술 덕분이었다.
대림산업은 올해부터 건설사 최초로 모든 공동주택의 기획·설계 단계부터 BIM을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BIM은 호텔, 병원, 초고층 건물 등 개별적인 프로젝트에 선별적으로 이용돼 왔다. 대림산업은 40여명 규모의 BIM 전담조직(주택BIM팀)을 꾸렸다. 해당 조직에는 3D 모델링과 구조·건축 설계, IT, 원가·공정관리 전문가 등 다방면의 경력자들이 포진했다. 앞으로 현재 50% 수준인 적용 현장을 100%까지 끌어올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설계 변경과 시공 오차, 공사기간(공기) 지연, 하자 등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드론·레이저 스캐너·360도 카메라·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과 연계한 디지털 트윈 기반의 BIM 기술을 현장 안전관리 및 품질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건축 현장에 BIM를 일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025 스마트 거설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스마트 건설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에 따라 건축사업본부 내 기술연구소를 스마트 건설 기술 선도 조직으로 개편하면서 BIM 담당 인력을 편입하고 AI·3D스캔·드론기술 등의 전문 인력도 보강하고 있다. 이 외에 SK건설과 포스코건설도 신규 건설현장에 BIM 활용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설계·시공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발주처 등에 효율적으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BIM은 현장가상화로 복잡한 공정 문제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시공 오류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이전에 발생했던 애로 사항들이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VR 및 AR기술 발전으로 건설 분야 생애주기 단계의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드론·모바일·인공지능 등과 연계해 사용성이 강화되며 융합기술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현장 작업 축소·공장 생산 확대’ 탈현장화 가속···GS건설 등 모듈러·PC 공법 본격 도입
건축기법 변화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현장 작업을 최소화하고 건축물 부재 단위의 공장 생산을 늘리는 ‘탈현장화’(Off-site Construction·OSC)가 가속화되고 있다. 탈현장화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건축기법은 모듈러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사전제작 콘크리트·PC) 공법이다. 두 공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최적화된 건축방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듈러는 풀 옵션의 원룸 하나를 공장에서 통째로 만든 뒤 레고 블록처럼 차곡차곡 쌓거나 서랍에 끼워 넣듯 집을 짓는 공법이다. 전체 공정의 70∼80%를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현장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모듈러주택을 포함한 국내 모듈러 건축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1조1600억원에서 2022년 2조4200억원까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듈러주택 시장 확장 가능성이 커지고,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은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PC 공법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조명받는 아이템이다. 슬라브와 기둥·보·벽체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직접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것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친환경적이며 공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앞서 한화건설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에 PC 공법을 활용해 60일 만에 아파트 4000가구를 지었다. 국내 건축 PC시장은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반도체 공장 등을 중심으로 연평균 10%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억원대 초반이던 국내 PC시장 규모도 10년 만에 1조원대로 급성장했다.
GS건설은 모듈러 주택을 올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추가하고, 모듈러 시장에서 글로벌 매출 4위에 오른 폴란드 단우드사, 고층 모듈러 실적을 보유한 영국 엘리먼츠사를 인수했다. GS건설은 최근 PC 분야로도 보폭을 넓혔다. 지난달 24일 충청북도와 음성 PC공장 설립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1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만㎥의 PC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PC사업 진출로 모듈러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건설 역시 PC제조·시공 전문 업체인 까뮤이앤씨, 모듈러 제작·시공 전문 업체인 유창이앤씨와 MOU를 맺고 모듈러·PC 분야 활성화에 나섰다. 계룡건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모듈러주택 제작·관리·유통업을 포함한 다섯 가지의 사업목적을 새로 추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용 절감형 고층 모듈러 주택’ 등 10개의 모듈러 관련 특허와 1개의 건설 신기술을 확보한 상태이며, 올해 발주 예정인 중고층 모듈러 주택 실증 사업 등을 통해 이 분야를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계룡건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모듈러주택 제작·관리·유통업을 포함한 다섯 가지의 사업목적을 새로 추가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수적이었던 건설 현장도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며 “또 최근 건설현장 내 숙련공이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모듈러·PC공법 등 새로운 기술이 업계에 적극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