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1.5% 인상된 8720원으로 결정···편의점주들 어려움 토로
편의점 알바생들도 일자리 중단될까 우려···일각에선 제도개편 필요 주장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유통업계 중에서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편의점의 반발이 거세다. 편의점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최저임금 영향까지 겹쳐 인건비 부담에 최악의 경우 폐업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130원(1.5%)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줄곧 주장해왔다.
이날 편의점주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협의회는 편의점주 절반 이상이 월 최저임금의 절반밖에 벌지 못하고 있으며, 이 중 20%는 인건비와 임대료도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 점포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최저임금이 32.7% 인상돼 인건비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다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며 “편의점 점주들은 최저임금을 주기 위해 가족까지 동원해 주 100시간 넘게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장기간 노동과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기본적 삶을 포기하고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만난 편의점주들은 모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편의점주는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편의점을 찾는 사람이 예전보다는 줄었다”면서 “문제는 아르바이트생인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제가(편의점주) 직접 야간 시간대를 맡아서 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편의점주는 “최저임금이 최근 몇 년 사이 유독 많이 올라 이번 인상은 놀랍지도 않다”면서 “아르바이트생 2명을 1명으로 줄였는데, 내년에는 경제 상황에 따라 축소하거나 최저시급을 맞춰 주는 것도 어려워질 거 같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걱정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시간당 6470원이던 최저임금이 2018년 7530원으로 16.4% 오르면서 편의점에서만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4만2000개 이상이 사라졌다. 2018년보다 10.9% 오른 지난해 역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이와 비슷한 규모로 감소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 김아무개씨(22)는 “최저임금을 올릴 때마다 ‘언제까지 알바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야간 시간대는 거의 점주가 직접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알바생 박아무개씨(23)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건 어쩔 수 없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아르바이트 한 자리 구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구하기 쉬운 편의점 알바도 구하기 어려워질 거 같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러하자 가족운영과 아르바이트생 감원 등으로 대응하는 가맹점주들이 있는 한편, 법에 위반되지 않는 방법을 동원하는 일명 ‘쪼개기 알바’를 고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에게 지불하는 제도로, 채용부터 1주일 15시간미만의 근로를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계약 방식은 결국 인건비 부담과도 직결된다. 편의점 협의회가 공개한 편의점 손익 계산서를 보면, 실제 인건비 부담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기준 5대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연간 5억7344만원이었다. 2019년 자료는 취합 전이지만, CU의 경우 지난해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연간 5억8991만원으로 2018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골목마다 위치한 편의점 지리적 특성상 소비도 줄어 점포당 남는 순이익도 덩달아 줄어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는데 최저임금 자체를 모든 업종에 일률 적용하는 게 아쉬운 대목”이라며 “최저임금이 이미 오른 상황에서 인건비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은 만큼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편의점주협의회는 정부 측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주휴수당 인정시간 확대와 장기적으로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차등화 ▲3개월 미만 초단기 근로자의 4대 보험 가입 유예 또는 정부지원들의 방안을 요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