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보존여부·공공기여금 사용처·재건축 활성화 등 둘러싸고 갈등대립 이어져

/ 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떠나면서 그간 추진해온 부동산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좌측부터 강남구 내곡동 그린벨트, 현대차 GBC센터, 재건축 아파트 현장 / 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그동안 역점을 뒀던 부동산 정책기조에도 변화가 생길지 부동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린벨트 보존, 현대차 GBC 공공기여금 활용을 통한 강남북 균형발전, 재건축 인허가 등은 지난 수년 간 찬반양론으로 팽팽히 대립해온 의제이기 때문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다수는 민원을 통해 문화유산으로 남겨둔 아파트 일부동을 없애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미관상의 문제는 차치하고 추후 관리 소홀 등의 문제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약 40여 년 된 허름한 아파트 존치는 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2년 발표한 근현대 유산의 미래 유산화 기본구상 발표에서 비롯됐다. 30~40년 전 지은 아파트 역시 근현대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확인할 있다는 점에서 미래유산 지정 이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재건축 대장주라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개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이 문화유산 보존 차원에서 일부 구옥 등을 남기게 된다. 이에 정비업계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떠나면서 벌써 문화유산 남기기를 없애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굵직한 이슈에 대한 정책기조에도 눈길이 쏠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보존 여부다. 2018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서울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에 30만 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개발 공식화와 함께, 서울의 그린벨트 일부를 풀겠다는 공언으로 주택공급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박 전 시장은 공급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며 김 장관과 긴장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삼성동 현대차 신사옥 건립에 의한 공공기여금 활용방안을 두고는 강남구 측과 표면적으로도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5년 전에 이어 이달 초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해 GBC 건설로 생긴 공공기여금 1조7491억 원은 (사업장인) 강남에만 쓰도록 강제돼 있다. 강남3구 내 개발과 이익의 선순환이 지속되는 대가로 강남과 강북 불균형은 더욱 커지고 강남 집값은 더욱 오를 것”이라며 시행령을 개정해 서울 전체의 균형발전에 유용하게 써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수년 간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강남권 재건축을 인허가 해주면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의도적으로 지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조합은 사유재산 침해라며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완강히 반대했다. 서울의 아파트는 35층 이상 지을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으로 일부 조합과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2014년 수립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택지 용적률 상향과 관련 최고 35층 층고 제한을 뒀고, 최고 49층을 추진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의 계획이 좌절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박 전 시장의 부재로 부동산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서울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며 “부시장단과 실·국·본부장을 중심으로 서울시 공무원이 하나가 돼 시정 업무를 차질 없이 챙겨나가겠다”며 이전의 정책기조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공식화 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장이 없으니 일부 사업의 경우 추진동력이 약화될 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정책 기조나 주요 사업이 뒤집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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