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기술신용대출 잔액 38%↓
국내은행 중 유일하게 기술신용대출 감소세
국내 은행들이 기술신용대출을 통해 우량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 가운데 SC제일은행만 유독 이 부문의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은행권이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중에 SC제일은행만 반대 모습을 보인 상황이다. 이른바 ‘우산뺏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C제일은행, 5月기술신용대출 잔액···작년 말 比 38%↓
13일 은행연합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35조61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과 비교해 14.6%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증가율(12.9%)과 비교해 증가율이 커졌다.
기술금융대출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보증·대출·투자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중소기업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에선 SC제일은행이 유일하게 이 부문 대출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SC제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규모는 563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대출 규모도 지방은행인 전북은행(923억원), 제주은행(917억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에도 기술신용대출을 줄였다. 지난해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906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38.6% 감소했다.
SC제일은행을 제외하면 국내은행들은 모두 이 대출을 크게 늘렸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면서 기술신용대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 중에는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가장 많았다.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규모는 5월 말 기준으로 71조1735억원을 기록, 지난해 말보다 12.4% 증가했다. 시중은행 중에는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이 같은 기간 17.7% 증가한 35조8684억원을 기록해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중에선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7조4655억원, 7조99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
SC제일은행과 같은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도 이 부문 대출 규모를 늘려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5월 말 기준 씨티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규모는 1조1458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7.5%나 증가했다.
◇기계대출 대비 기업대출 증가율 낮아···‘우산뺏기’ 비판
SC제일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들어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적 개선은 가계대출을 확대한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크게 늘지 않으면서 기업대출 영업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SC제일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9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4%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도 1년 전보다 42% 증가한 311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다. 특수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2%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SC제일은행의 실적 개선은 가계대출 자산 증가 영향이 컸다. 올해 3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28조27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3조6286억원) 증가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13조6393억원을 기록해 4.8%(622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8%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억눌린 상태다. 기업대출을 늘려 수익을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은 은행 입장에선 우량 고객이다. 기술신용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