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진상규명 촉구
김 변호사 “4년 동안 성추행 시달려···음란문자 등 가해행동 점점 심해져”
피자해 A씨 입장문서 “법의 심판 받고,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다”
이미경 소장 “서울시 내부 도움 요청했지만 묵살···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은 피해자 A씨가 박 시장으로부터 4년 동안 성추행에 시달렸고, 부서를 옮긴 뒤에도 음란한 문자 발송 등 가해행동이 갈수록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아울러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조직내부에서 피해자의 신고가 묵살됐다고 전했다.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부서 옮기고도 음란 문자 발송 이어져”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을 고소하게 된 경위와 진행 과정, 그리고 A씨가 직접 작성한 글을 대신 전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 비서는 참석하지 않고 김 변호사와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 변호사는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둘이 셀카를 찍자’며 집무실에서 셀카 찍었고, 그럴 때 신체적 밀착을 했다”며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며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박 시장을 고소하면서 제출한 증거에 대해 김 변호사는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보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며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물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소인이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올해 2월 6일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며 “피고소인이 비서실에 근무하지도 않는 피해자에게 텔레그램으로 비밀대화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이것도 자료로 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텔레그램 사진과 문자 등은 친구들 보여준 적 있고 괴로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 적 있으며 친한 기자, 서울시 동료 공무원에게도 전송받은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A씨 “그 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 다시 한 번 느껴”

고소인은 이번 사건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A씨의 입장문을 대독하기도 했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용기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헤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장문에 대해) 많은 분들에게 상처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며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고 털어놨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 규정돼 있다.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과거 안 전 지사가 김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을 때 검찰이 적용한 법률이다. 1심에서는 ‘위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으나 항소심은 ‘도지사로서 위력을 발휘해 자신의 부하를 성폭행·성추행한 것’이라고 판단해 유죄와 더불어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으며 안 전 지사는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서울시 내부 도움 요청했지만 묵살···철저한 진상 규명 촉구”

이날 함께 참석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소인이 바로 대응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며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전형적 직장 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고인이 돼서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진행 못하게 됐다”며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이 소장은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2020년 5월 12일 피해자를 1차적으로 상담했다”며 “2020년 5월 26일 2차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상세히 듣게 됐고, 7월 8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접수 직후부터 바로 다음날인 새벽 2시 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9일 오후부터 가해자가 실종됐다는 기사가 나갔고,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오늘 오전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2017년부터 박 시장에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냈다. 박 시장은 다음날 오전 10시 44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에 유서를 남기고 나온 뒤 다음날 자정을 조금 넘어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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