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개 제약사, 심평원에 급여 적정성 재평가 요청···3개 로펌과 회동해 논의
23일 약평위 이어 행정예고 시 집행정지 신청 예상···복지부 “소송은 안 하는 것이 바람직”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제조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정부의 선별급여 추진에 맞서 소송 카드를 검토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미 66개 제약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요청해 놓았다. 3개 로펌과도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콜린알포 제제를 제조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콜린알포 급여 적정성의 재평가를 요청하는 이의신청을 심평원에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다. 심평원의 이의신청 접수 기한은 이날이 마지막이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달 11일 콜린알포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한 결과, 효능과 효과에 따른 선별급여를 결정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가 콜린알포 제제를 사용할 경우 기존 환자 본인부담률 30%가 유지된다. 하지만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처방 받으면 약값 부담률을 80%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해당 제약사들은 이번 결정이 ▲노령 환자 약값 부담이 늘어 정부의 선별급여제도 도입 취지와 배치되며 ▲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고 ▲선 심평원 임상재평가-후 복지부 급여재평가 순리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제약사들이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한 것은 이같은 업계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그동안 관행을 감안하면 정부의 콜린알포 제제 선별급여 방침은 심평원 재평가에도 불구하고 원칙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행정절차는 재평가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재상정 등을 거치게 된다”면서 “오는 23일 약평위 개최가 예정돼 있으며, 복지부는 가능한 빨리 콜린알포 제제 선별급여를 확정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이처럼 콜린알포 제제 선별급여를 서두르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제약업계도 대정부 소송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이미 대형로펌인 세종과 광장, 태평양(무순) 등 3곳과 모임을 갖고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해당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소송전략과 승소 가능성, 각사가 부담해야 할 소송비용 등이 중요한 상황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소송 제기는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소송에 참여할 제약사나 구체적 내용 등은 논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가 유력한 모 제약사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법정공방을 진행할 로펌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정안 고시 이전 복지부가 행정예고만 하면 집행정지 신청이 가능하며, 실제 본안소송보다 집행정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제약사들의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인용되면 당장 환자 약값 부담률 80% 상향조정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집행정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약업계의 소송 움직임에 대해 복지부는 담담한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13일까지 접수된 이의신청에 대해 심평원과 해당 위원들이 재평가를 진행하며, 당연히 재평가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그 결과를 오는 23일 약평위에 재상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콜린알포 제제 재평가 결과는 약평위에 이어 행정예고를 거쳐 개정안 고시의 절차로 이해하면 된다”며 “제약사들의 소송 제기는 가능하면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굳이 한다면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제약업계와 정부의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계는 정부의 선별급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신경외과 병원협의회와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대한신경외과 의사회, 대한노인신경외과학회 등 5개 학회는 이달 초 ‘콜린제제의 환자부담금 증가 결정에 대한 관련 학회의 의견’을 통해 약평위의 콜린제제 선별급여 결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회들은 “자문회의에서는 콜린제제 처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 기질성 질환에 대해 급여 50% 적용으로 결정했다“면서 ”약평위 결정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심평원 입장만 수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80만명 환자에게 처방된 콜린알포 제제를 처방 남발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환자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라면서 “콜린 제제 재평가는 식약처 허가사항을 근거로 이뤄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식약처에 약제 재평가를 요청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평위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르면 이번 주 제약사들의 로펌 선정과 23일 약평위, 이후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 등 일련의 제약업계와 정부 대립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목되는 분위기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세는 제약사들의 소송 제기로 귀결돼가는 상황”이라며 “제약사들도 정부와 소송이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