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출 답변서에 “대통령, 대면보고 이상으로 상황 파악” 허위 사실 기재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무죄’···“혐의 증명 부족”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세월호 사고 관련 보고방식과 보고 시간 등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9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5월 14일 검찰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으면서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김 전 실장은 사실과 다른 취지의 답변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시시각각 보고 받았는지, 탑승자 구조 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었는데 결과적으로 당시 대통령은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1심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재판부는 1심의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한 것은 크게 비판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1심 양형은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장수·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모두 1심과 동일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혐의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증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지난 1심에서도 허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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