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무능으로 경영악화···매각 불발 위기 빠졌으나 노조·제주항공·정부는 ‘책임공방’
최근 항공업계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구조조정·셧다운·체불임금 문제를 두고 양 측이 책임공방을 벌이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연일 서로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반박문을 내고 있는가 하면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은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가며 제주항공과 정부 측에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이스타항공은 왜 회사를 매각하게 됐는가.
작년 이스타항공은 야심차게 보잉사의 737맥스 2대를 도입하며 중장거리 노선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해당 항공기가 결함 문제로 추락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전세계적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운항중단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작년 약 200억원에 가까운 고정비를 내면서 비행기를 제대로 띄워보지도 못했다.
여기에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이스타항공 피해가 계속 누적됐다. 결국 지난해 이스타항공은 79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7년 영업이익 157억원, 2018년 53억원 등 이익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속된 경영악화로 이스타항공은 2013년부터 7년 간 자본잠식상태였으며 올해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재무 상황이 나빠졌다.
오랜 기간 경영악화가 이어지며 업계에선 작년 하반기부터 이스타항공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국내 기업들과 사모펀드 등과 접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매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으나, 결국 제주항공에 회사를 넘겼다.
회사를 넘길 때를 생각해보면 이스타항공 상황이 얼마나 나빴는지 다시 알 수 있다. 작년 항공업계에선 대형 매각이 두 건 진행됐다. 하나는 이스타항공이고 하나는 아시아나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참여했으면 약 1조5000억원을 배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시아나는 2조5000억원을 써낸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넘어갔다.
아시아나에 1조원 이상을 입찰했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695억원에 체결했다. 아시아나의 15분의1 수준이다. 아시아나와 이스타항공 간의 규모 차이를 고려한다면 예상보다 낮은 가격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수대금이 100억원가량 깎이며 최종 545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는 이스타항공 스스로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됐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
지금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구조조정을 누가 먼저 제안했냐로 다투고 있다. 사실 이는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스타항공은 오랜 기간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상태로 제주항공 인수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파산 수순에 접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구조조정도 고려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스타항공을 매각하기 위해 경영진들이 수차례 기업들을 만났지만, 제주항공 외에는 사겠다고 나서는 기업도 많지 않았다.
결국 현재의 이스타항공 위기는 경영진이 자초한 일이며,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느덧 이상직 일가를 비롯한 경영진은 책임공방에서 슬쩍 뒤로 물러나고 이스타항공 노조와 제주항공, 정부의 대립 구도로 옮겨가고 있다.
이상직 의원 딸이며,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자 이스타항공 상무였던 이수지씨는 지난 1일 경영악화에 책임을 지겠다며 상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단순 책임 회피에 불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차피 이수지 전 상무는 제주항공에 인수되면 물러나야 할 인물이었다. 이 전 상무 외에도 이스타항공 주요 보직에는 이상직 의원 친인척 및 지인들이 상당수 포진됐다.
사실상 가족경영을 하며, 회사를 위기로 내몰았던 이 의원은 책임을 회피하고 또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정부는 이스타항공 매각 성사를 위해 1700억원 이상의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경영진의 무능으로 시작된 이스타항공 위기에 왜 1600명의 직원들이 피해를 봐야 하고,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