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인력 교류 등 화학적 결합 작업 착수
설계사 인력 구성, 중장년 여성·청년 남성으로 상이···내부 잡음 우려 불거져

자료=생명보험협회/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생명보험협회.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신한금융그룹이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의 보험설계사들은 법인 통합 후에도 당분간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임직원 교차인사와 에자일 조직 도입 등을 통해 순조롭게 양사의 기업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소속 설계사들의 구성은 성별, 연령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통합 후 효율적인 관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대리점(GA)과 방카슈랑스 채널 등은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통합과 동시에 조직을 일원화할 계획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7월 통합 보험사 출범을 앞둔 신한금융은 최근 본격적으로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30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등은 ‘NewLife 추진위원회’를 열고 통합보험사의 자본, 손익, 지급여력 변동 규모를 시뮬레이션했으며 재무·IT 통합시스템 구축 진도율과 시스템 품질 향상을 위한 방안도 점검했다.

특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조직 구성원들의 화학적 결합에 신경을 쏟고 있다. 고객 마케팅 및 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임원 2명을 각각 교차로 선임하고 부서장급 3명을 포함한 약 40명 규모의 인원 교류를 단행했으며 통합 후를 고려한 조직 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에 각각 ‘고객전략그룹’과 Digital CX실(Customer Experience)’을 신설함으로써 고객 중심의 조직체계와 DT 추진동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6일에는 신한생명이 고객전략그룹에 애자일(Agile) 방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부서 간 경계를 없애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애자일 방식은 오렌지라이프를 대표하는 조직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생명은 민첩하게 움직이는 통합보험사를 만들기 위해 오렌지라이프의 강점 중 하나로 꼽히는 애자일 조직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양 사의 화학적 결합과는 별개로 두 설계사 조직 간의 조직문화 차이가 향후 통합의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에 소속된 설계사는 각각 6013명, 5126명이다. 이는 각 회사의 직원 수인 1243명, 762명의 약 5, 7배 수준이다. 두 회사 영업의 상당 부분을 설계사들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설계사들의 원만한 융합은 직원들의 통합 이상의 중요한 과제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생명 소속 설계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중장년 여성이 대대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총 6013명의 설계사 중 40~50대 여성의 수는 3552명으로 전체의 59.07%를 차지하고 있다. 60대 이상까지 포함할 경우 그 비중은 62.85%로 늘어나며 전체 인원 중 여성의 비중도 81.37%에 달한다.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남성 청년 설계사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총 5126명의 설계사 중 20~30대 남성 설계사의 수는 2076명으로 전체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 40대 남성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2916명으로 증가하며 비중도 56.89%로 늘어난다. 총 설계사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65.47%로 신한생명과 성비가 반대다.

인력 구조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조직문화와 영업방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조직문화의 차이가 분명한 두 조직을 억지로 하나의 기준에 맞추려고 할 경우 내부 반발이나 인력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 조직의 영업문화는 경영자, 관리자에 의해 결정되고 그에 따라 설계사들이 모집되기 마련”이라면서 “군대 문화로 대변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조직의 경우 나이가 어린 남성 설계사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구성에 의해 조직문화가 굳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중장년 여성 설계사들이 지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관리자는 중장년 여성 설계사들을 많이 모을 것”이라고 “서로 전혀 다른 조직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들은 결국 경영진이 추구하는 영업 방식에 맞출 수밖에 없겠지만, 그 간격이 클 경우 잡음이 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설계사 조직 통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정확한 조직 형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설계사 조직의 경우 워낙 문화나 규정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투 트랙 전략으로 운영할 방침”이라며 “GA나 방카슈랑스 등 영업 채널은 시너지 효과를 감안해서 법인 통합과 동시에 일원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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