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환매중단' 한국투자증권 70% 우선지급 결정에 NH투자증권도 '고심'
NH투자증권, 펀드잔액 4300억원으로 막대···상장사라 배임소송 우려도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일 SK바이오팜 상장식이 끝난 이후 기자들에게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승용 기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일 SK바이오팜 상장식이 끝난 이후 기자들에게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승용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피해자들에게 원금의 70%를 우선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NH투자증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형평성 차원에서 NH투자증권에 비슷한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잔액은 300억원에 불과하지만 NH투자증권은 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회사의 주주구성이나 상황이 다르기에 선지급·선보상 안건에 대해 이사회 승인이 쉽지 않은데다 배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차원에서 여러 방안들을 내부 논의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4일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열고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여러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정된 사안은 없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이 같은 주말회의는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3일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열고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를 대상으로 환매중단된 투자원금의 70%를 우선적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이후에 이뤄졌다.

한국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설정잔액은 지난 5월말 기준 407억원인데 지난달 100억원가량이 6월초 환매됐고 남은 300억원가량이 6월 중순부터 환매가 중단됐다. 한국투자증권은 환매가 중단된 300억원 가운데 일단 투자자들에게 200억원가량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대출에 가까운 선지급인지 아님 사적화해 차원인 선보상인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시선은 NH투자증권으로 쏠리고 있다. 5월말 기준 전체 옵티머스펀드 설정잔액은 5172억원인데 이 가운데 NH투자증권은 452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남아있는 펀드설정잔액은 4300억원가량인데 향후 전액 환매중단될 것이 유력하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2일 NH투자증권 본사를 방문해 부서 임직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환매중단 피해자들에게 원금 100% 보상결정을 내린 것처럼 NH투자증권에도 투자금 전액보상을 요구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러나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사태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성격이 다르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주주구성에서 차이가 있기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2018년 11월 이후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의 98%가 손실 확정된 상황에서 이를 모르고 계약한 것이라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계약자체를 무효화 할 수 있지만 이번 옵티머스펀드 사태는 계약시점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수 있기에 계약무효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NH투자증권은 설명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주주권익을 보호해야 할 상장사이기에 아직 피해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가 지분 49.11%를 가지고 있는 상장사로 한국금융지주가 100%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는 주주구성이 다르다.

NH투자증권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회사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등이 결론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우선지급 안건이 승인이 날 가능성이 낮고 투자자 보상에 나설 경우 외국인 등 주주들로부터 배임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사모펀드 손실이나 사기에 대해 판매사가 배상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의 경우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완전판매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최근 사모펀드 판매사인 은행 및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일부 보상하는 것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우선적으로 자산실사 등의 사태파악과 잔고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일회계법인과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금융감독원은 1일부터 옵티머스운용자산운용 실사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펀드실사는 투자내역 중 회수 가능한 자산을 확인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다. 예상 손실규모가 확정돼야 투자자들의 피해구제 절차가 본격화될 수 있다.

다만 옵티머스펀드 손실규모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가능성도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설정 잔액 5172억원 가운데 2500억원가량은 투자처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NH투자증권에 대해 “사모펀드 환매중단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옵티머스펀드의 주요 판매사로서 배상이나 그에 따른 손실 우려가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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