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컨소시엄,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삼성맨’ 이상래 부문장 파격 영입
농협금융 내부규범 개정으로 지배구조 불안정성 해소···글로벌 강화는 아쉬워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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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은행장의 중도 사퇴라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농협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던 손병환 농협은행장이 어느덧 취임 100일을 맞이하게 됐다. 손 행장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살려 농협은행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부문과 함께 많은 기대를 모았던 글로벌 부문에서는 아직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손 행장은 지난 3월 26일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농협은행의 디지털 전환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손 행장은 취임사에서도 “농협은행을 새로운 디지털 휴먼뱅크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하며 디지털 역량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 행장은 차기 행장으로 내정될 당시부터 디지털 부문에서 가장 큰 기대를 보았다.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농협중앙회 기획조정실 계열사지원팀장과 기획팀장 등을 거쳐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을 역임했다. 스마트금융 부장 시절 손 행장은 핀테크 기업에 농협 API를 공개하는 ‘NH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는 손 행장 취임 이후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농협은행은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 농협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참가한 농협 컨소시엄을 이끌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도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지원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는데 성공했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하고 해당 정보를 자산관리 등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플랫폼 기반의 실증서비스 지원사업을 추진해 희망하는 기업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실증서비스 지원사업자 공모에는 총 200여개 이상의 기업들로 구성된 31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농협 컨소시엄은 최종 8개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 향후 농협 컨소시엄은 개인의 금융·비금융데이터를 스마트폰의 개인정보 저장소에서 수집·관리하고 이를 기업에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손 행장은 지난 5월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하이브리드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토스에 예치금관리, 환전, 공과금조회 등 140개의 API를 제공하고 토스는 이를 활용해 각종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데이터 사업에 보다 힘을 실기 위해 농협의 전통적인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력을 수혈하기도 했다. 지난 1일 농협은행의 신임 디지털금융부문장에 임명된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는 삼성SDS에서 솔루션컨설팅팀장, 데이터분석사업팀장, 디지털마케팅팀장 등을 역임한 디지털 전문가다.

농협은행의 임원 중 외부 인사는 홍명종 준법감시인이 유일했기 때문에 이 부문장의 합류는 다소 파격적인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 행장은 이 부문장이 이끄는 디지털금융부문 산하에 데이터 사업 전담 조직 ‘데이터사업부’도 새로 만들었다.

손 행장의 취임 당시 최대 불안요소로 꼽혔던 지배구조의 불안정성도 최근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으로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다. 지난달 23일 농협금융지주는 계열사 CEO들의 첫 임기를 ‘2년’으로 명문화한 개정안을 공시했다. 손 행장은 개정 전부터 2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였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장수 CEO 육성의 조직문화가 형성되면 손 행장 체제의 안정성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글로벌 부문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의 진출국 수는 6개국으로 농협은행과 함께 글로벌 후발주자로 꼽히는 KB국민은행(10개)와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손 행장은 농협중앙회 미래경영연구소장과 농협금융 사업전략부문장을 지내며 글로벌 사업전략 기획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때문에 취임 당시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받았으나 아직까지는 디지털 부문에 비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내년까지 홍콩과 호주, 중국, 베트남 호치민, 인도, 미얀마 등에 사무소 혹은 지점 인가를 취득해 개설할 계획이며 NH투자증권과 연계한 글로벌 진출 전략도 모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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