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법안 ‘대규모 점포’로 확대···월 2회 의무휴업 대상 늘어나
면세점, 명품 의류·화장품이 판매 품목인데 의무휴업 적용에 “이해할 수 없다” 토로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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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의 의무휴업일 적용 대상을 ‘대규모 점포’로 확대하는 내용의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대형마트에 적용 중인 신규 출점 제한, 영업제한을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 아울렛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다. 유통업계는 사업 확장은 물론 시대착오적인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점포 의무휴업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운영하거나 일정 면적 이상의 복합몰과 백화점, 아울렛 등에 대해 월 2회 의무휴업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면세점이 대규모 점포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동주 의원 측은 “2012년 월 2회 의무휴업 규제가 신설됐지만 최근 복합쇼핑몰 등 초대형 유통매장의 진출 확대로 골목상권과 영세상인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대·중소 유통업계의 상생발전을 위해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다만 면세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개정안 자체가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인데다가 내국인도 해외 출국 대상자만 이용할 수 있다. 판매 품목도 명품 의류·화장품 등이 대다수라 골목상권 침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정부가 대대적인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섰던 점을 고려하면, 관광산업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기조와도 어긋난다.

아울러 개정안은 면세점 영업규제 취지로 근로자 건강권 보장도 내세웠다. 매장 운영에 관한 규정이 전무해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 이뤄짐에 따라 근로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면세점 직원 김아무개씨(44)는 “면세점에 입점한 모든 브랜드가 2~3교대로 이뤄져 있다”면서 “틈틈히 휴식 시간도 주어진다”고 말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교대 근무를 통해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면세점의 경우 하루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추가 업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소비자 편익 측면은 무시하고 소상공인 보호만 앞세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적해온 규제 형평성을 감안한 결정이지만, 대·중소기업 간 경쟁에서 온·오프라인 업태 간 경쟁으로 변화한 최근 유통 흐름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이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휴식권을 이유로 규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주말에 특히 면세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요일 하루 문 닫도록 하는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활로마저 막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모든 유통업계가 경제적 타격을 입는 가운데 영업규제로 오히려 경제 활력 요소를 없애고 있다”면서 “면세점의 경우 골목상권을 침해할 어떠한 요소도 없는데 영업을 막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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