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안이라 수용여부 선택가능···수용 결정시 법적소송에 악영향 가능성
조정안 공식전달 받은 이후 20일 이내 결정···전체 라임펀드 손실보상은 장기전 유력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한 ‘100% 손실보상’ 조정안을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수용할 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측과 공모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사모펀드 상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조정안 수용 여부가 향후 펼쳐질 라임 관련 법적 소송 및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고심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신한금투, 라임펀드 조정안 수용할까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결정된 무역금융펀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안이 신한금융투자 등 각 판매사들에게 공식 전달되면 해당 금융사는 20일 안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분조위의 조정안은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안이다. 판매사가 20일 이내 결정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합리적인 이유로 기한 연장을 요청할 경우 기한연장도 가능하다.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 라임펀드 투자자들은 판매사를 상대로 개별소송을 해야 손실보상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에 대해 100% 손실보상을 하라는 조정안을 1일 결정했다. 해당기간에 판매된 무역금융펀드는 총 1611억원 규모로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융투자(425억원), 하나은행(364억원), 미래에셋대우(91억원), 신영증권(81억원) 등에서 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사상 처음으로 100% 조정안이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신한금융투자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신한금융투자 명의로 2017년 6월부터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2개도 포함됐는데 IIG는 폰지사지를 벌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으로부터 부실이 발각됐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11월 IIG부실을 통보받은 이후에도 기준가를 매월 0.45%씩 상승하도록 임의로 조작했다.
라임사태가 불거진 이후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와 괸련해 투자자들에게 70%(법인투자자 50%)의 선보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100% 보상을 하라는 금융감독원 조정안을 수용할 지는 놓고서는 고심이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과 공모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분조위 조정안 수용이 자칫하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다른 판매사들과 벌어질 수 있는 소송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른 판매사들이 금융감독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조정안을 받지 않은 상태로 결과가 전달되면 내부 논의를 거쳐 수용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라임펀드 손실보상은 ‘장기전’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된 모펀드는 플루토 TF-1호(2438억원), 크레딧 인슈어러드 1호(2949억원), 플루토 FI D-1호(1조91억원), 테티스 2호(3207억원)등 4개로 총 1조6679억원 규모다. 이번에 분쟁 조정대상이 된 플루토 TF-1호 펀드는 전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펀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분조위의 조정 대상이 되려면 손실 규모가 확정되어야 가능하다. 나머지 3개 모펀드는 손실규모가 언제 확정될지 모르기 때문에 분쟁조정 대상이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20개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가교운용사를 설립해 회수가능 자산을 확보하고자 한다. 가교운용사는 8월말 출범이 유력한 상황이다.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에 대한 손실규모 파악 및 자산확보는 가교운용사 설립 이후부터 가능하다.
라임펀드 손실규모 확정 및 자산회수 완료까지는 수년이상 걸릴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한금융투자가 분조위 조정안 수용을 결정하면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무역금융 펀드에 대해서만 선제적으로 투자자 피해보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실적은 한층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신한금융투자의 라임펀드 전체 선보상 비용은 총 85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며 “신한금융투자에서 3800억원을 판매한 독일헤리티지 DLS는 50% 가지급을 결정했는데 예상회수율이 30~3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에만 약 7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