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7.7% 지분 갖고 있어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불거질시 주요 변수될 전망
조현범 사장 누나 조희원씨 중립 선언해 분쟁 없을 수도···조 사장 2심 횡령 재판결과도 변수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일각에선 벌써부터 경영권 관련 분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한진칼 및 대한항공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이 또 캐스팅보드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 전량을 넘겼다. 이로서 조현범 사장은 지분 42.9%를 보유하게 돼 그룹 최대주주로 우뚝 서게 됐다.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낙점된 것이다.

재계의 관심사는 이대로 경영권 승계가 정리가 되느냐 여부다. 일단 지분율만 놓고 보면 이대로 마무리 되면 그만이지만, 과연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누나들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조희원씨 등이 어떻게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선 경영권 분쟁을 아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조현범 사장이 장남이 아닌 차남이라는 점,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영권 관련 분쟁이 나올 소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 사장은 현재 관계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어 이 재판 결과 역시 또 하나의 변수로 거론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조현범 사장 체제로 사실상 정리한 듯 하지만 나머지 형제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전히 경영권 분쟁 불씨가 살아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총 때에 이어 경영권 분쟁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지분 구조를 보면 조현범 사장이 42.9%로 압도적으로 많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두 누나의 지분을 합쳐도 약 31% 정도에 지나지 않아 사실상 승산이 없다.

허나 국민연금의 지분 7.7%를 끌어들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 사람이 국민연금과 함께 하게 된다면 조현범 사장과 약 5%로 격차를 좁힐 수 있고, 여기에 다른 지분까지 끌어 모으면 강성부펀드(KCGI)와 조원태 회장의 대결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된다. 만일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경우 국민연금의 행보가 또 한 번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대기업 지분을 높게 끌어올리면서 이처럼 조직 의사와 무관하게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기관투자의 본질을 잊고 경영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인사는 “국민연금의 투자는 국민들 돈이니 만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경영권에 관여하는 모습을 자꾸 보이는 것은 별로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한진칼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참여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한편 한국타이어의 경우 한진칼과 달리 일찌감치 경영권이 정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10.82%의 지분을 가진 조희원씨가 현재 중립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형제경영 체제를 이어간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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