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3조4500억원 수주, 압도적 1위
삼성물산 5년 공백에도 단숨에 1조원 클럽 가입
대림·GS, 전년 대비 부진 뚜렷···지방서 만회 준비
대우건설, 마수걸이 수주 아직···‘실적 제로’ 굴욕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10대 건설사 모두 고군분투했지만 수주 실적은 극명하게 갈렸다.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건설사는 현대건설 등 건설사 네 곳뿐이고 나머지는 지난해 대비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현대건설, 한남3구역 통해 선두 자리 굳혀···삼성물산, 반포서 잇단 수주 ‘1조원 클럽’ 가입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액 3조4500억원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수주액 2조8322억원을 상반기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건설의 수주액은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전체 수주액 13조1000만원 가운데 26%를 차지한다. 지난 4월 일찌감치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건설은 압도적인 수주 실적으로 건설업계 ‘맏형’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수주를 통해 지난 5월 롯데건설에 내줬던 1위 자리를 재탈환 했다. 한남3구역은 공사비만 1조9000억원대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구역으로 불린다. 현대건설은 GS건설·대림산업과 경쟁 끝에 지난달 21일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굵직한 사업이 상반기에 몰려있던 만큼 현대건설은 하반기는 물론 올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위는 1조5890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한 롯데건설이 차지했다. 롯데건설은 ▲울산 중구 B-05구역 재개발 ▲부산 범일2구역 재개발 ▲서울 은평 갈현1구역 재개발 등을 수주했다. 롯데건설은 9200억원 규모 갈현1구역 수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동시에 지난해 수주액(1조2038억원)을 갈아치우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 강자로 떠올랐다.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 시장에 뛰어든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액 1조원을 돌파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서울 강남권 알짜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에서 잇따라 시공권을 따내며 1조500억원에 달하는 수주고를 올렸다. 오랜 공백 탓에 경쟁력이 약해졌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킨 것이다. ‘래미안’이라는 브랜드파워를 앞세운 삼성물산은 경쟁사들의 기피 대상 1호로 떠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액 1조23억원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 순위 4위에 안착했다. 올해 ▲울산 중구 B-05구역 재개발 ▲청주 사직1구역 재개발 ▲인천 송림 1·2구역 재개발 등을 수주하며 현대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과 함께 1조원 클럽 반열에 올랐다.
◇대림·GS·포스코, 수주 실적 전년比 절반 수준···대우건설, 반포3주구서 마수걸이 수주 실패
GS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기존 도시정비사업 강자들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대림산업은 올해 상반기 3곳에서 5390억원을 신규 수주했다. 지난해 상반기(8850억원)·2018년 상반기(1조3663억원)와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림산업은 올 하반기 3950억원 규모 대전 삼성1구역 재개발과 전북 전주 종광대2구역 재개발을 통해 부진한 수주 실적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견사들과 맞붙는 만큼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6위를 차지한 포스코건설은 올해 상반기 4168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8823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달 3곳(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서울 강동구 주양쇼핑 재건축·대구 경남타운 재건축)에서 잇따라 시공권을 따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포스코건설은 기세를 몰아 올 하반기 서울 가락현대 5차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사업 등에서 수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7090억원 규모의 실적을 올린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3290억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쌓는 데 그쳤다. 올 초 서울 성동구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3287억원) 수주 외엔 현재까지 추가 수주 소식이 없다. 지난달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에 밀리고, 신반포21차 수주전에선 포스코건설에 시공권을 내주며 쓴맛을 봤다. 올 하반기 공사비 8000억원 규모의 부산 문현1구역 재개발 사업 등을 통해 입지를 재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아직까지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해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수주 실적이 ‘제로’다. 지난해 8666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초접전을 벌였지만 시공권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현재 SK건설(3030억원), HDC현대산업개발(2941억원), 호반건설(500억원) 등에 밀려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10대 건설사 중 꼴지를 기록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하반기 시공사 선정 예정인 흑석9·11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반포3주구 재건축, 한남3구역 재개발 등 서울의 대규모 사업장이 마무리된 만큼 하반기에는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비사업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수주전에서 밀렸던 건설사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