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시장 양분해온 ESS···현대차-SK 첫발 뗐다는 점에서 공통분모
재사용에 초점 현대차-한화 폐배터리 협력···SK, 재사용 분야 기술력 입증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간 만남이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정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 총수들과 잇단 만남을 가져왔다. 최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돼도 비슷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짙다. 더불어 두 그룹이 최근 야심차게 준비 중인 폐배터리 사업에서도 폭넓은 협력이 이뤄질지 관심이 고조된다.
3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 부회장과 최 회장 간 만남이 물밑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그룹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지만, 내달 만남이 유력하다는 전언이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이 배터리 ‘빅3’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에 이어 최 회장과의 만남은 수순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앞서 정의선 부회장은 이 부회장, 구 회장 등과의 만남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폭넓은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최 회장과의 만남 역시 비슷한 논의가 전개될 것이란 시각이 대두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적 협력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되는 배터리 사업 분야인 ESS는 미국·호주·러시아·중국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ESS 분야는 LG화학·삼성SDI 등이 시장을 양분해왔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시장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도 한화그룹과 손잡고 최근 ESS 사업진출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현대차와 한화의 ESS 공동사업 협력체계는 회수된 배터리를 한화의 태양광 시스템과 연계한다는 게 핵심이다.
배터리는 충·방전이 거듭될수록 성능이 저하한다. 새 배터리의 80% 수준에 못 미치면 일반적으로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전기차 배터리로서 수명을 다했다는 의미지만, ESS에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의 협력은 일종의 ‘폐배터리 재사용(Reuse)’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Recycle)’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재활용이란 전기차뿐 아니라 ESS 등에서 활용 불가능한 폐배터리에서 새 배터리 제작에 가능한 소재를 분리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에서 리튬을 포함한 니켈·코발트 등 핵심 소재 분리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세계최초 고순도 수산화리튬 회수 독자기술 개발을 이룬바 있다.
업계에서 배터리 밸류체인 강화에 나선 현대차 측이 SK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재활용 분야로의 협력을 타진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사업은 배터리 수요가 높아질수록 전도유망한 사업으로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재사용에 비해 재활용 분야가 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하며, 일본과 국내 빅3 등이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 소재 분리기술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재사용 배터리의 최대 수요처인 ESS분야에서 이미 LG·삼성 등의 입지가 견고한 까닭에 시장에 갓 진입한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이 현대차 입장에선 용이할 수 있다”며 “폐배터리 확보와 태양광 사업에 강점을 보이는 현대차와 한화가 ESS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을 약속한 상황에서, ESS사업뿐 아니라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력을 겸비한 SK이노베이션의 삼자협력을 기대할만 하다”고 시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만남 장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앞선 삼성·LG 총수들과의 만남에서는 각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에서 만남이 이뤄진 까닭에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에서 최 회장과 만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면서 “만약 대덕기술혁신연구원에서 만남이 성사될 경우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폐배터리 등에 이르는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 답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 등에 각각 LG화학·SK이노베이션 위주로 배터리를 장착했다. 기아차에 주로 배터리를 납품해 온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1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