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줄면 세금 올릴 수밖에 없어
불안정 직군 가입할수록 기금 적자 심화 예상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 시작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 시작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용보험기금의 적자가 심화되면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이 실현되면 고용보험기금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등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한 보험 성격의 기금이다. 그러나 이 기금은 일자리 사업 등에도 동원되고 있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23일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올해 말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1952억원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7조3532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97% 급감한 수치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급여가 증가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또한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고용보험기금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의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 적자 규모는 3조7981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산정책처는 2028년 고용보험 가입자 1인당 연간 보험료 부담은 올해 34만6000원보다 10만4000원 증가한 45만원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처리를 국회에 요청하고 나섰다. 소득 정보 현실화와 고용보험 적용·부과체계 개선을 위한 세법 개정안도 국회 협조가 필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기금 가운데 지금 가장 심각한 기금은 고용보험 기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은 계속해서 적자가 진행 중이고 다른 지출들도 늘어나면서 현재 상태로도 이미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며 “고용보험기금을 통한 실업급여 등의 지급 대상이 확대되면 결국 고용보험료 대폭 인상이나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용보험기금이 일자리 사업 관련 부분에 지원이 이뤄져왔다. 이것이 과연 보험이라는 성격고 부합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 사업들은 재정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맞고 고용보험기금에서는 제한적인 범위로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기금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성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은 기본적으로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함께 부담하는 형식인데 고용주가 분명하지 않은 이들이 가입하게 되면 고용주가 아닌 이들이 다른 가입자까지 사실상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기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송영남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정규직 비중이 적으면 기금이 충분히 확보되기 어렵다고 봤다. 송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시 정규직의 비중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고용보험기금 확보 여부가 결정된다. 대부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을 경우 고용보험기금이 늘어나겠지만 실업한 이들 등이 고용보험 가입자에 포함된다면 고용보험기금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업급여 지급 등으로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