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최근 시총 20조원 넘으며 현대차 바짝 추격
게임주,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 커졌다는 의미
하반기 실적 호조 전망···상승 피로감은 리스크 요인

게임 대표주 엔씨소프트의 주가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열풍에 지난 3월 이후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현대차의 시가총액마저 뛰어넘을 기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게임 대장주가 전통 제조업 강자의 시가총액을 넘보면서 증시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진격의 엔씨소프트, 국내 증시 지형도 바뀔까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엔씨소프트의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종가 기준 89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저점인 3월 50만4000원 대비 76.5% 가량 상승한 것이다. 지난 23일에는 장중 95만7000원까지 오르면서 이른바 황제주라 불리는 주당 100만원대에 근접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코스피 내 지위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3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이하 시총) 2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20위 밖이었던 코스피 시총 순위도 어느덧 14위로 점프했다. 코스피 시총 10위인 삼성물산과의 시총 차이가 2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시총 10위 이내 진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종가 기준. / 표=이다인 디자이너.
29일 종가 기준. / 표=이다인 디자이너.

특히 시총 차이가 1조원 안팎인 현대차와의 순위가 역전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회사로 산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도 상징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그림을 그리면서 한 때 코스피 시총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에 자리를 내준 데 이어 비주류 산업으로 평가받던 게임 업종의 대표주에 시총이 밀릴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는 국내 증시의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인 예로 풀이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후장대 산업이 코스피 시총 상위권을 석권하던 과거와 달리 성장성이 기대되는 IT나 바이오 업종이 코스피 시총 상위권을 차지하는 상황이 현재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게임업종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이들 업종의 상승세가 계속 된다면 상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 추가적인 상승세 가능···가파른 상승 피로감은 존재

국내 일부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언택트 수혜주에 따른 기대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의 목표 주가를 낮게는 99만원에서 높게는 120만원까지 설정하고 있는 상태다. 만일 이 수준까지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상승한다면 시총 10위 이내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탄탄한 IP(지적재산권) 기반의 웰메이드 MMORPG(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특유의 프리미엄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성공하며 장르 내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했다”며 “리니지M, 리니지2M 대형 업데이트, 리니지2M 해외 확장, 모바일 신작 출시 등 풍부한 모멘텀에 힘입어 연중 분기 이익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SK증권은 올해 엔씨소프트 매출 전망치를 기존 2조7313억원에서 2조8116억원으로 2.9% 상향 조정했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611억원에서 1조853억원으로 2.3% 높였다. 이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이익 추정치는 기존 전망 대비 하향하나 3분기 업데이트 효과 등 반영한 연간 이익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베스트증권과 유안타증권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들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게임 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는 19.5배 수준으로 글로벌 게임회사인 블리자드(26.0배), EA(26.2배), 넷이즈(23.1배) 보다 낮다.   

다만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과 기대 대비 실적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미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일부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25일과 26일, 29일 각각 3.29%, 0.33%, 2.09% 내리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