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공모채 시장 복귀···다음 달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인수 후 신용등급 하락 불가피, 투심 잡기 쉽지 않을 듯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2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다. 1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조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노출돼 있는 데다 발행금리도 높지 않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분기 호실적 앞세워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조달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이달 말 3·5·7년물로 1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진행한다. 자금 사용목적은 공모채 차환이다. 1400억원 규모의 ‘제147-1 회 무보증사채’ 만기가 7월 17일 도래하는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여건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수요예측일은 다음 달 6일, 발행일은 13일로 잡았다. 발행 주관은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회사채 조달에 나섰다. HDC현산의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1조38억원, 영업이익 1364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8812억원 대비 13.9%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29%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13.6%로 전년 동기 11.4% 대비 2.2%포인트 상승했다.

HDC현산이 공모채 시장에 복귀하는 것은 2년 만이다. HDC현산은 2018년 10월 공모채를 발행했다. 당시 수요예측은 성공적이었다. 모집금액 1000억원에 275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13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다. 당초 HDC현산은 3월 중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자 시기를 늦췄다.

◇건설채 투심 위축·신용등급 하락 위험 ‘이중고’

HDC현산의 회사채 조달이 흥행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파장 이후 건설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현재 공모채 시장에서 A급 건설사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건설업이 실물경제에 민감한데다 올해 정부 부동산 규제까지 본격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건설채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우량한 대림산업(AA-)을 제외하고 한화건설(A-), GS건설(A) 모두 수요예측에서 참패했다. A급 건설사 중에서 세 번째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 SK건설(A-)의 경우 호실적과 고금리를 앞세워 흥행을 거뒀지만 건설채 시장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용도가 불안하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HDC현산은 신용등급 A+급으로 하향 검토 대상으로 등재돼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모두 HDC현산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려뒀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재무 위험 확대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다. 인수대금 중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과 보유 현금성자산을 활용해야 해 자체 재무여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등급이 떨어지고 재무악화가 현실화될 경우 채권 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

HDC현산의 공모채 금리는 2%대 중후반이 예상된다. 최근 투자자들의 선호 금리가 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로도 승부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A급 건설사 중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SK건설의 발행금리는 2년물 3.19%, 3년물 3.80%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 이슈로 시장에선 HDC현산 채권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며 “HDC현산도 이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SK건설처럼 고금리 전략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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