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주총 열어···단 한 건의 안건 상정도 없이 마무리
제주항공 압박하기 위한 카드···매각 무산 이후 책임 공방서 우위 점하기 위한 전략

26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 사진=박성수
26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 사진=박성수 기자

이스타항공이 안건 상정도 없이 임시 주주총회를 강행했다. 매각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제주항공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임시 주총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이스타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당초 이날 주총에서는 제주항공이 추천한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과 발행 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두 안건 모두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총에 참가한 한가람 이스타항공 노조대의원은 “주총을 열기 전까지는 제주항공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해서 열었는데, (막상 주총을 연다고 하니)제주에서 답이 없었다고 한다”며 “주총을 열기전 충분한 대화가 있어야 하는데, 무작정 이스타항공 측에서 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주총에서 상정된 안건은 없었으며, 주주에 대한 주식 비율을 발표하고 질문 답변 시간만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주총을 연기했으며 오는 7월 6일 임시주총을 다시 열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이 무리하게 임시주총을 연 것은 매각 무산 이후 책임 공방까지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각이 수포로 돌아가고 서로 법적 책임을 따지게 될 경우 이스타항공은 성실히 계약내용을 이행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주총을 소집한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측에서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주총이 무산됐으며, 제주항공이 매각 진행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갖게 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까지 계약상 선행 조건도 남아있고, 베트남·태국에서 기업결함심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신임 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절차상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을 포기한 단계까지 왔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에 매각하는 대신 정부 지원을 통한 생존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직 의원도 산업은행과 정부 측 관계자들과 만나 지원 방안을 요청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주항공에서 인수 기간 연장을 요청하더라도 거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총 시작 전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주총 시작 전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이날 주총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의장을 맡았으며, 11명의 주주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대표는 주총이 끝난 후 기자와 만나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과 관련해서는 “오늘도 LCC 간담회가 있는데 (정부와)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최근 이슈가 많아 정부가 지원을 해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스타항공 노조는 회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29일까지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만일 불발될 경우 애경그룹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주총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이스타항공 노조는 주총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