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1분기 충당금 적립률 95.15%···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00% 아래
금융당국 “은행업계, 코로나19 대비해 충당금 더 쌓아라” 권고
하나은행 "여신 구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확충하는 것" 

서울 시내의 하나은행 지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만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00%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주문한 가운데 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타은행 대비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하나은행은 여신의 담보비율이 높고 연체율이 낮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대손충당금 적립률, 4년 이상 100% 미만 유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95.15%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26.73%로 가장 높았고, 이어 우리은행은 120.68%, 신한은행은 110.46%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100%미만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 추이를 보면 2015년 말 66.94%, 2016년 말 72.77%, 2017년 말 75.92%, 2018년 말 91.52%, 2019년 말 94.13%를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은행이 회수하기 불가능한 부실채권을 말하는 무수익여신산정대상 기준 제충당금 총계를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백분율을 의미한다. 은행 업계에선 보통 100% 이상 유지돼야 자산건전성이 확보됐다고 평가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은행이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권했다. 

4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 금융감독원은 통상 100%를 넘기면 은행이 부실채권에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도표=시사저널e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대손충당금 적립을 권고하면서 “올해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3~4월 중에만 49조8000억원 증가하는 등 지난해 연간 증가액의 102%를 기록했다”며 “코로나 충격에도 은행권 연체율이 악화되고 있지 않지만 장기화할 경우 차주들의 채무능력 약화로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은행 대출 연체율은 코로나19 영향에도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로 전월 말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월 말에 비해서는 0.08%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은행 업계는 대출 연체율이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채권을 말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가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출 연체율 영향을 알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했던 올해 2월7일 이후 이달 19일까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총 139조2000억원(166만7000건) 이뤄졌기 때문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체율 낮고 여신 담보율 높아 큰 문제 없다”

하나은행은 대출 연체율이 낮게 유지되는 만큼 대출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의 1분기 대출 연체율은 0.25%로 전년 말보다 0.01%포인트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해도 0.13%포인트 줄었다. 국민은행의 1분기 대출 연체율은 0.24%를 기록했고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각각 0.31%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금액은 1분기에 961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2%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3.8%나 줄었다. 고정이하여신은 전체 여신 중 고정·회수의문·추정 손실로 분류된 여신을 말한다. 이 여신이 줄었다는 것은 떼일 염려가 있는 부실 채권이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고정이하여신이 줄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분기에 0.37%를 기록, 국민은행(0.36%)에 이어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업계에서) 대출 연체율이 가장 낮고 여신 담보율도 높은 상황”이라며 “이런 점들을 충분히 반영해 은행의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꼭 100%에 맞춰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통상 100% 이상이 되면 은행이 부실채권에 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은행 대출의 담보 등 구성을 따져봐야 하고 100%를 넘지 않는다고 꼭 문제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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