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위 사업 접점 적고 재벌 혼맥 직접 사업 시너지 나는 경우 드물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보광그룹이 사돈을 맺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재벌가 사돈 맺기 전통에 비춰 양 그룹 간 사업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 최근 흐름 등을 생각하면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씨가 오는 27일 신라호텔에서 약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경배 회장 역시 신춘호 농심회장의 막내딸 신윤경 씨와 결혼해 재벌가끼리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혼맥을 바탕으로 양 그룹 간 사업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며 들썩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한 4대 그룹 인사는 “두 사람의 결혼은 그야말로 결혼일 뿐”이라며 “사업 시너지 등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모레와 보광은 일단 영위하는 사업부문 자체가 크게 다르다. 그나마 BGF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사업과 아모레가 제조하는 화장품 간 접점을 찾기도 하지만, 이를 혼맥 사업 시너지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그저 재계와 재계의 만남일 뿐이란 이야기다.
정략적으로 사업을 위해 그룹 간 만나는 경우는 드라마에서의 이야기일 뿐, 재벌가들이 사돈을 맺어 실질적으로 적극적으로 사업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는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한때 삼성과 사돈 관계에 있는 보광그룹의 반도체 패키징 업체 STS반도체가 삼성전자 물량을 수주한다는 것이 회자됐으나 애초에 STS반도체는 삼성전자에서 분리된 곳이었고 이마저도 옛이야기다.
과거 STS반도체는 홍라희 여사의 동생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외삼촌 홍석규 대표가 이끌었다. 그나마 최근 사돈 기업 간 사업거래가 이슈가 된 사례는 현대자동차와 삼표 정도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장인이다.
다만 사업과의 시너지 유무와 무관하게 재계와 재계 간 사돈을 맺는 것이 트렌드인 것은 맞다.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조사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 오너일가의 혼맥을 분석한 결과 재계끼리의 결혼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 대표는 “재계 간 사돈을 맺어 시너지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며 “다만 재벌혼맥은 사회 권력이 관가에서 재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