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월 재정준칙 발표···EU 코로나 대응에 재정준칙 일시 중단
위기 상황에서 민간 부채 급증 우려도
국가채무비율 등의 구체적 수치를 정해 제도적으로 지키게 하는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크다.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건전성 문제는 크지 않다며 위기서 정부 역할을 제한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맞선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8월 재정준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3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정준칙에 담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비율이나 관리재정수지 등 재정과 지출의 일정한 수치를 정해 제도적으로 지키게 하는 기준이다.
정부는 2016년 국가채무비율 45%,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를 담은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관심을 못 받고 폐기됐다. 추경호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최근 비슷한 재정준칙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와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다시 재정준칙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와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재정준칙 도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25일 재정준칙 도입 찬성 측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 국가 부채는 후손들이 갚아야 한다”며 “다만 재정준칙을 너무 엄격히 해서 안 된다.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 역할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 증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추경호 의원도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며 “코로나19로 무너진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가재정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급속도로 증가하는 국가채무를 관리할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국가채무비율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 이하로 지키게 하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재정준칙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다. 재정준칙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을 제한,정부가 빚을 지지 않고 민간이 빚을 지게 돼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은 “재정준칙 도입은 필요하지 않다. 재정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준수해야 할 수치를 정하면 재정 정책이 필요할 경우 난감해진다”며 “재정준칙을 이미 도입한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완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유 소장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등은 정부의 지원으로 전체 노동자의 30%에 대한 고용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재정준칙인 안정·성장협약(SGP)을 도입해 엄격히 시행해 왔으나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재정준칙 준수를 일시 중단했다.
유 소장은 “정부가 빚을 내지 않으면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이 빚을 내야하는 데 이게 더 위험하다”며 “IMF 외환위기는 달러 빚이 많아 발생했다. 그러나 원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고 한국은행이 이를 매입하면 된다. 이렇게 해도 유효 생산 능력이 높기에 인플레이션이나 환율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을 도입하되 정부 역할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정부 부채를 억제하면 민간 부채가 커진다. 지금은 정부가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고 현재 정부 부채의 수준은 세계적 기준에서 낮다”며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재정준칙을 도입할 수는 있지만 정부의 역할에 유연성이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