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삼성동 코엑스서 열린 총회···집합금지명령 불구 2800여 명 모여
현대건설 올해 6월까지 수주실적, 총 9개 현장 3조2764억으로 압도적 1위
총 사업비 규모 7조원, 공사비 1조8000억 원의 초대형 정비사업장인 한남3구역의 주인공에 현대건설 ‘디에이치 한남’이 낙점됐다.
지난 21일 열린 한남3구역 총회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조합원 총 3842명 중 2801명(사진투표 66명 포함)이 현장에 참석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3842명)의 절반 이상이 참여해야 했는데 우려 속에서도 총회 성원 요건이 무난히 충족된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기호순)이 투표에 앞서 최종 설명회를 진행한 뒤 본격적인 투표에 돌입했다. 오후 6시 20분께 발표된 1차 투표 결과 현대건설 1167표, 대림산업 1060표, GS건설 497표로 세 시공사 모두 과반을 넘지 못했다.
조합 정관에 따르면 참석자의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 1, 2위를 차지한 후보가 재대결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의 결선 투표가 이뤄졌고 집계 결과 현대건설이 1409표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겨 최종 시공사로 낙점됐다. 대림산업은 1258표를 얻어 151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한남3구역 수주는 큰 사업규모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 수년 간 1군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다투어 내놓았는데 서울 정비사업 시장 판도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 평가에서다. 특히 시공사로썬 한남3구역은 조 단위 규모 사업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목받지만 곧 이어질 한남2구역, 4구역, 5구역 등 인근 추가 정비사업자의 시공사 선정도 예정돼 있어 부가적 효과도 기대된다.
◇“금융비용 부담 낮추고, 백화점 입점 등 준공 후 가치 키워서 택했다”
현대건설이 업계 최고 수준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사업조건을 제시한 점이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이주 대책과 관련해 풍부한 자금력과 업계 최고수준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기본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40% 이외에 추가 이주비 LTV 60% 책임 조달을 제안한 바 있다. 또 추가분담금도 입주 1년 후 100% 납부 방침을 세우고 실거래가가 높아졌을 때 분담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여기에 환급금이 발생하면 일반분양 계약 시 해당 금액의 50%를 선지급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또 대안설계 기준 공사비로 조합의 권고 마감수준을 지키면서도 조합의 예정가격 대비 약 1500억 원이 절감된 1조7377억 원에 제안했다.
여기에 새롭게 지어지는 단지 내 상업시설에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갖춘 현대백화점 입점과 신분당선 역사 신설 시 백화점과 신설역사를 잇는 보행통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적인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에비슨영(AVISON YOUNG)과 협업해 해당 시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 운영계획도 함께 제안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현대백화점을 한남3구역에 넣고, 상가가 미분양될 경우 상가도 100% 대물 변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준공 이후 전담 사후관리(AS) 센터를 10년간 단지 내에 배치하고 조경 가드닝 서비스를 10년간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품질관리 또한 약속했다.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추가분담금 납부에 대한 부담은 줄이고 백화점 인접 등 주거편의시설 비중은 높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금융부담을 낮추고 기술적 요소를 가미한 것 뿐 아니라 조합원의 마음을 헤아리는 전략도 통한 것으로 보인다. 윤영준 주택사업본부장과 김태균 정비사업 총괄상무는 앞서 열린 1차 2차 설명회에 참석해 “우리도 한남3에 집을 가진 조합원이다. 내 집을 짓는 심정으로 한남3구역에 명품 아파트를 짓겠다”고 조합원을 설득해 주목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이번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로 2020년 6월 현재까지 총 9개 현장에서 3조 2764억 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압도적 업계 1위 수준이다.
◇시공사 위법에 코로나19까지···순탄치 않던 시공사 선정
한남3구역은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리며 업계의 주목도가 높았지만 시공사 선정 과정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주전 과열에 따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입찰 무효 결정, 검찰 수사, 재입찰, 코로나19 확산 사태 등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말 첫 공고 이후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은 지난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으나 서울시와 국토부는 도중에 입찰 과정에서 허위광고 및 도시정비법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다수의 위법이 확인됐다며 입찰을 무효로 했다. 또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들 3사를 검찰에 수사 의뢰까지 했다. 결국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면서 조합은 올해 2월 초 시공사 선정 재입찰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같은 달 말부터 급속도로 확산한 코로나19로 일정이 또다시 지연됐다. 게다가 이날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 역시 지자체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로 막으며 무산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 강남구청 역시 조합에 총회 개최 금지를 명령했으나 조합은 재산권 보호를 이유로 들며 사업 속도를 더는 늦출 수 없다며 강행했다.
강남구청은 이날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을 고발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집합금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조치를 하면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낼 수 있다.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치료비, 방역비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조합, 2년 뒤 일반분양 목표···수익성 관건은 ‘분양가 상한제’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일대 .39만㎡ 규모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 변에 잡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인데다가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한남동에 위치해 노른자위 주거지로 꼽힌다.
사업 추진은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2009년 정비구역 지정, 2012년 조합설립인가, 2017년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 지난해 3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인가 받은지 약 1년 3개월 만이며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7년 만이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 이후 감정평가를 거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이주 및 철거를 거치게 된다. 이후 일반분양에 나서는 일정으로 일반분양까지는 2년 여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는 오는 2025년까지 마무리 할 계획이다.
문제는 시공사가 현대건설로 선정된 것과는 별개로 조합의 수익성이 기대보다 하락하면서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달 말부터 본격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의 조합원 물량과 임대 가구(876가구)를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은 1100여 가구다. 일반분양가가 높을수록 조합원이 납부해야 하는 추가분담금이 줄어드는 구조인데,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조합의 목표 분양가보다는 다소 낮게 책정될 우려가 있다. 지난해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3사가 경쟁하며 공약을 내놓을 당시 한 시공사가 3.3㎡ 당 7000만 원 대까지 제안한 바 있는데, 조만간 분양할 것으로 알려진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의 3.3㎡ 당 평균분양가가 4750만 원이다. 이에 견주어보면 조합원들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사업수익이 날 수 있다.
한편 한남3구역이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나머지 구역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남2구역은 건축심의를 거쳐 내년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한남5구역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