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깨졌을 때부터 관계 멀어져”···美합작공장 운영, 협력 끊기 힘들어
테슬라, LG화학·CATL·파나소닉 배터리 수급···“LG화학에 악영향? 미미할 것”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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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파나소닉이 3년 기한의 배터리 제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관계청산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상황이어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향후 3년 간 협력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미인데, 과거와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electrek)’은 최근 두 회사가 배터리 제조 및 공급 등과 관련해 신규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 목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지난 4월 1일 발효됐다. 두 회사가 설립한 배터리 합작공장 증설과 관련된 논의도 이번 계약이 발판이 돼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파나소닉은 장기간 테슬라에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이들 간 균열이 감지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파나소닉이 자국 완성차업체인 토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업체를 설립하기로 하고,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온 미국 네바다 기가팩토리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면서부터다.

당시 앨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공개석상에서 파나소닉을 힐난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테슬라가 중국·유럽 등에 배터리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LG화학, 중국의 CATL 등과 차례로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파나소닉과 결별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테슬라에 납품하는 한·중·일 세 회사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3강’으로 분류되는 업체들이다. 지난해 테슬라 납품을 계기로 LG화학이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2위로 뛰어 오르기도 했다. 유럽시장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LG화학과 탄탄한 내수시장을 거느린 CATL이 파나소닉을 제치고 ‘2강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파나소닉 입장에서는 이번 공급계약을 바탕으로 한국·중국 등과 균형추를 맞출 수 있게 됐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이 독식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의 99% 이상이 3국 업체들이 차지한다. 배터리 업체들도 3강 4중 체제로 개편됐다. 이들 7개 업체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일본 배터리 기업이 파나소닉이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3업체를 진입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개발 단계부터 함께하고, 합작공장까지 설립한 회사와 쉽사리 배터리 협력관계를 종료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다만 이번 계약으로 두 회사의 관계가 재차 좋아지긴 힘들 것”이라 시사했다. 독점체제가 깨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양사의 관계가 예전과 다름을 의미하며,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공급사 중 한곳일 뿐이라는 의미였다.

이어 그는 “이번 계약으로 LG화학이나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유럽 기가팩토리 배터리 납품사 선정 과정에서 LG화학의 입지가 줄어들 여지가 있지만, 이미 독일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LG화학이 타격을 입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 시사했다.

한편,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 업체다. 친환경차가 각광받으면서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방대한 양의 전기차 새 모델 출시를 기획하고 있어, 지금과 같이 점유율 1위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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