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노조 “정규직 지점장과 동일하게 관리·감독···퇴직금 지급해야”
신한금융에 적극적 개입 요구도···오렌지라이프 “대법원 법적 판단 명확하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생명 사업가형 지점장 퇴직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 현장/사진=이기욱 기자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생명 사업가형 지점장 퇴직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 현장/사진=이기욱 기자

보험설계사들의 노동자 지위 인정을 둘러싼 보험설계사들과 보험사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를 하며 노동권 보장을 강하게 요구한데 이어 최근에는 ‘사업가형 지점장’의 퇴직금 지급 문제를 놓고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 등 보험사의 대주주로 있는 금융그룹이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무금융연맹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은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오렌지라이프생명 사업가형 지점장 퇴직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세중 보험설계사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오렌지라이프,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의 퇴직 사업가형 지점장 대표들이 참석했다.

사업가형 지점장은 보험사에 소속돼 있는 정규직 지점장들을 개인사업자로 독립시킨 뒤 지점운영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해진 급여를 지불하는 대신 사업가형 지점장이 낸 실적에 따라 회사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험설계사 노조에 따르면 사업가형 지점장들은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정규직 지점장들과 마찬가지로 보험사로부터 지휘, 통제, 감독을 받으며 일해왔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지위를 가지고 정규직 지점장들의 업무를 동일하게 수행했지만 보험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촉 후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오렌지라이프의 퇴직 사업가형 지점장들 30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퇴직금 청구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 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들 외에도 메트라이프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출신 사업가형 지점장들도 보험사들과 퇴직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2018년 12월 한화손해보험 출신 사업가형 지점장 9명은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최규철 오렌지라이프 퇴직 사업가형 지점장 대표는 “보험사의 사업가형 지점장 제도가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는데 그 것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이 지금의 오렌지라이프인 ‘네덜란드 생명’이다”며 “정규직 지점장에서 사업가형 지점장으로 전환될 당시에는 그 업무가 정규직 신분의 지점장과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한 지휘와 통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사업가형 지점장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항소심에 임하게 됐다”며 “향후 재판에서는 사업가형 지점장들에게 근로자성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열 미래에셋생명 퇴직 사업가형 지점장 대표 역시 “사업가형 지점장도 업무상 회사의 지휘감독 체계 안에 속해있으며 본사의 업무 목표, 업무 지침 등을 이행했다”며 “심지어 본사로부터 징계를 받거나 지점 이동 실시하는 등 근로 관계와 다른 없는 권한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규직과 다름없이 근무했던 사업가형 지점장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가 넘어 대주주인 금융그룹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이기철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지점장은 말그대로 정규직인데 이름을 ‘사업가형’으로 붙여서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이러한 수탈적인 방법에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 개탄스럽다”며 “금융지주사에게도 언제까지 수탈적 노동구조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반성과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설계사 노조 역시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렌지라이프의 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에서 책임을 지고 하루 빨리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보험사들은 사업가형 지점장들의 주장만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업가형 지점장들에게 목표를 부여하는 것은 맞지만 단지 그 것만으로 (지점장들이) 회사의 관리·감독을 받는 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보험설계사와 보험사 간의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인 사안에 금융그룹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도 다소 무리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오렌지라이프 관계자 역시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은 대법원 판결상 명백하다”며 “사업가형 지점장 또한 개인사업자로서 보험설계사 신분으로 재량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지점을 운영해왔고 그 실적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지급받아 왔으며 근태도 자유로운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8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위와 같은 이유로 한 보험회사의 위임직 지점장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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