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승인으로 의학적 근거 마련”··게임업계·전문가, “질병 분류 반대 힘 실릴 것”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데버알엑스(EndeavorRx)’를 어린이 ADHD 치료용으로 첫 승인했다. / 사진 = 아킬리인터랙티브 홈페이지 캡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데버알엑스(EndeavorRx)’를 어린이 ADHD 치료용으로 첫 승인했다. / 사진 = 아킬리인터랙티브 홈페이지 캡처

FDA가 처음으로 게임을 치료제로 승인하면서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반대 주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을 권고한 WHO의 입장이 변화한 것에 이어 게임의 치료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향후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논의에서 유리한 국면으로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비디오 게임을 아동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수단으로 승인했다.

FDA는 아킬리인터랙티브랩의 ‘인데버알엑스(EndeavorRx)’가 ADHD를 앓고 있는 아동의 주의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봤다. 인데버알덱스는 주인공이 공중에 떠다니는 쟁반 모양의 보드를 타고 일정 경로를 달리는 게임이다. FDA는 “600명이 넘는 아동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감각과 동작을 유도하는 특징이 주의력과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게임의 좋은 효과 등이 이슈가 되는 것은 긍정적이다”면서도 “다만 게임에 대한 인식이 보다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업계와 관련 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2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질병 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 의결해 2022년 1월부터 게임중독을 국제질병분류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차례 분위기가 반전됐다. WHO가 게임을 권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해지자 집에서 게임을 하는 행위를 장려하는 ‘플레이 투게더’ 캠페인을 앞장서서 벌였다. WHO가 만장일치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하고 부정 효과만을 부각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덕분에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면서 게임에 대한 사회·경제적 위상은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도 산업적 측면을 인정받은 게임을 문화·예술 범위에 포함하고 ‘게임 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게임 중독 상담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등록한 인터넷·게임 중독 상담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28명을 기록한 뒤 2018년 101명, 2019명 72명을 기록하면서 2년 새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FDA 승인 사례가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 반대 측에 유리한 국면으로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에 게임이 여러 치료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많았지만 권위 있는 정부기관에서 공식 승인한 케이스는 없었다”며 “FDA가 게임을 치료제로 승인한 것은 향후 질병코드 논란에서 반대 측 주장이 더 힘을 얻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질병코드화 주장은 게임을 의료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많고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바라본 것에서 출발했는데 이번 FDA 승인 사례는 게임을 치료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나온 것이다”며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WHO의 입장변화와 FDA의 승인, 그리고 ‘동물의 숲’ 등 인기 게임의 영향으로 국민 여론은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락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FDA에서 약물 이외의 것을 치료제로 승인했다는 것은 획기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승인 사례는 첫발이긴 하지만 게임이 치료, 삶의 질 고양,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되며 사회적으로 공인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과거에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문제시하지 않는다. 게임중독 논란도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본다”며 “요즘 유튜브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대상만 바뀔 뿐 향후 게임중독과 같이 비슷한 담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상 자체를 문화적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해석하지 않으면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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