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사장, 김정호 CFO에 WM상품 리스크점검 지시···향후 문제될만한 요소 사전 제거
성과보다 고객만족 강조하는 정영채 '가치과정' 경영철학···라임사태 피해 최소화에 핵심역할

NH투자증권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자산관리(WM) 분야 상품들에 대한 위험요소를 점검한 것으로 파악됐다. NH투자증권은 반년 동안의 점검과정을 통해 리스크 요소들을 사전 제거했다.

이번 NH투자증권의 WM상품 점검을 놓고 정영채 사장의 ‘과정 가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정 사장은 지난해 초 증권업계 최초로 핵심성과지표(KPI)를 폐지하는 등 눈앞의 성과보다 장기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영철학을 강조해왔다.

향후 NH투자증권 WM부문 상품 전략은 김정호 전무의 후방 지원 하에 송재학 상품솔루션본부장(상무)이 상품개발을 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NH투자증권, WM상품 리스크 전수검사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WM부문 상품들에 대한 리스크 검사 작업을 최근 완료했다.

해당 작업은 최근 전무로 승진한 김정호 Advisory솔루션총괄이 담당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말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전략부문을 Advisory솔루션총괄로 변경하면서 회사 CFO인 김정호 상무를 조직담당자로 임명했다.

정영채 사장은 조직개편을 실시하며 김정호 CFO에게 NH투자증권에서 판매되는 WM상품들에 대한 리스크 검사를 지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증권업계에 들이닥친 라임사태 등 각종 펀드상품들이 줄줄이 환매연기 되자 정 사장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NH투자증권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 점검을 통해 문제될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WM상품 점검 작업은 정영채 사장의 경영철학인 ‘과정가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정영채 사장은 지난해 초 증권업계 최초로 WM사업부 인사평가 시스템에서 핵심성과지표(KPI)를 폐지했다. 핵심성과지표는 직원들의 목표달성을 수치로 계량화한 것인데 정 사장은 이 KPI때문에 PB들이 고객보호보다 자신의 실적을 우선시하게 되면서 무리한 상품 판매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파악했다. 정 사장은 KPI폐지에 동시에 이른바 ‘영업 할당량’도 폐지했다. 정 사장은 ‘회사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줬느냐’보다 ‘고객들을 얼마나 만족시켰느냐’로 평가의 잣대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정 사장의 과정가치 경영은 지난해 하반기 증권업계에 불어닥쳤던 라임사태 속에서 NH투자증권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NH투자증권의 손실은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에서 발생한 100억원 가량이 전부였다. 정 사장은 이 TRS를 담당했던 PBS본부장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고 담당 본부장은 사퇴했다. 해당 거래에서 반대매매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역시 규정을 지키는 와중에 손실을 보는 것은 전혀 문제를 삼지 않겠지만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면 안 된다는 정 사장의 과정가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WM상품개발 및 향후 진행 방향은

NH투자증권의 Advisory솔루션총괄은 PB·하이브리드·디지털 등 각 서비스를 채널별로 적합한 상품과 디지털 솔루션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상 NH투자증권의 WM부문 경영지원부서다.

Advisory솔루션총괄 책임자인 김정호 전무는 1965년생으로 경동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LG증권 시절 입사한 이후 이직 없이 우리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시절을 모두 경험한 ‘원클럽맨’이다. 김 전무는 회사 내에서 고객분석팀장, 상품지원본부장, 상품전략본부장, WM전략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등을 거친 WM분야 전문가로 풍부한 자산관리·상품전략 업무 경험이 장점이다.

김 전무는 회사 내에서 정영채 사장의 경영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6년 큐브(QV) 포트폴리오와 ISA 모델포트폴리오를 연동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위험스럽지만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리밸런싱을 통한 안정적 수익구조를 통해 당시 NH투자증권이 높은 시장 변동성에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데 기여했다.

김 전무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업무파트너는 후배인 송재학 NH투자증권 상품솔루션본부장(상무)이다. 김 전무가 후방에서 경영지원을 맡고 송 본부장이 상품개발 등을 맡는 구조다. 송 본부장은 고려대 신방과 출신으로 1993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2002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했다. 2015년 NH투자증권 출범 이후에는 FICC리서치센터장, 전략투자본부장, 대체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쳐왔다.

NH투자증권이 최근 출시한 현대캐피탈 10년 만기 거치식 채권은 송 본부장이 만든 상품이다. 이 상품은 처음 5년 동안 이자를 수령하지 않다가 6년 차부터 이전에 못 받았던 이자를 몰아서 받는 구조로 짜여 있다. 근로소득이 있는 임원들이나 자산가들이 이자수익을 얻게 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기에 은퇴 이후에 이자수익을 받도록 구조를 만든 것으로 세금을 피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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