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소비효과 줄어···내수위축·폐업 막기 위한 추가 지급 필요성 제기
부총리 “반대" 등 '국가재정 부담' 우려도 있어
코로나19 여파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수 위축 대응을 위한 2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수 국민들의 생계 수단인 자영업과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위기를 버티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비를 진작시켰던 1차 재난지원금은 그 효과가 종료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외에서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최근 30~5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확진자가 늘어 추가 확산을 막는데 어려움이 커졌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확산세가 주춤했던 중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늘고 이탈리아도 집단 감염 사례가 나왔다.
올해 하반기 경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보다 7.7%포인트 낮은 마이너스 5.2%로 대폭 하향했다. 골드만삭스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 9곳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0.4%로 4월말보다 상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세계경제 악화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 기반마저 무너지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치명적이다.
이에 하반기 내수 위축과 폐업 증가를 막기 위한 2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이 국민들과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어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생활 안정을 위해 찬성 51.1%, 재정 부담으로 반대는 40.3%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1인당 20만원씩 추가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60%가 찬성했다. 반대 입장은 38%였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 단위’(40%)보다 ‘개인 단위’(54%)로 지급하는 것을 선호했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해 정부·지자체의 예산 사용과 관련한 물음에 ‘위기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42%)보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형태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53%)는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국민 여론은 최근 긴급재난지원금과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자영업 매출이 회복한 것을 체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최근 다시 줄고 있다. 효과가 단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5월 둘째 주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6월 첫째주 하락세로 돌아섰다. 6월 첫째 주 매출 수준은 지난해 매출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98로 나타났다. 5월 둘째 주는 100, 5월 셋째 주와 넷째 주는 106, 104로 상승했었다. 긴급재난지원금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감소한 것이다. 경기와 인천 지역은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인 5월 첫째 주보다 소상공인 카드매출이 줄었다.
특히 재난지원금은 오는 8월말까지 쓰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6월 첫째 주부터 소상공인 매출이 감소로 전환한 것을 고려하면 소멸 시한 전에 재난지원금이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카드로 지급된 재난지원금 9조5647억원 가운데 5조6764억원이 쓰였다.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13조5908억원 가운데 41.8%가 이미 사용된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서 불고기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는 “정부와 성남시의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매출에 도움이 많이 됐다. 여기는 비교적 잘사는 동네인데 이 지역 사람들도 재난지원금을 많이 쓰고 있다”며 “코로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버티기 위해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음식점 장사가 잘되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낸다. 장사가 잘 안되면 낼 세금도 없게 된다”며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장사가 잘되는 소상공인들이 세금을 더 내면 재정 문제도 해결되는 것 아닌가. 경제와 돈이 선순환 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했다.
전용복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가 끝날 때까지 재난지원금은 계속 지급해야한다. 사용은 전국에서 가능한 방식이 낫다”며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의 도산, 폐업 등 파국을 막고 위기 이후 이들의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야한다. 위기 상황에서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소상공인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정부 재정 정책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최근 제조업과 30, 40대 중심으로 취업자 수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 연체와 금융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원인은 수출 부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수요 부족 영향도 있다”고 했다.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수요 부족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 국민 1인당 20만원씩 5184만명에게 지급하려면 10조368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부가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 재정당국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저는 추가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을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 등 재정 운용에 목표 수치를 정해 지키도록 제도화하는 것으로 이를 만든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전 교수는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을 늘려 관리할 수 있다. 한국은 기축 통화국이 아니지만 원화표시 국채가 늘어도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지 않는다. 원화를 찍어서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국채를 늘려도 수요를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 생산능력이 있기에 물가와 환율도 올라가지 않아 외국자본 이탈도 없다. 지금의 문제는 수요 부족이다"고 했다.
전북 완주군은 지난 15일부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섰다. 완주군은 1인당 5만원씩 지급했던 1차 지급에 이어 1인당 10만원(4인가구 40만 원)씩 주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