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김동준이 최대주주인 이머니, 올들어 그룹 지주사 다우데이타 지분 빠르게 확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도 대기업 아니라 규제 피해왔으나···지난해 공시집단에 포함되며 규제 대상에 올라
다우키움그룹이 올들어 김익래 회장에서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로의 경영승계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김동준 대표가 최대주주인 이머니가 올들어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다우데이타 지분을 김 회장으로부터 적극 매입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머니는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성장하며 재원을 확보해 왔으나 편법 논란 등이 그치질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다우키움그룹이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에 지정돼 이머니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하는게 여의치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 다우키움그룹, 경영승계 본격 전개되나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머니는 지난해말 22.27%이던 다우데이타 지분율을 올해 들어 28.55%까지 늘렸다.
이머니는 올해 3월23일과 24일 장중 다우데이타 주식을 각각 14만143주, 2만5715주씩 사들였다. 25일에는 시간외매매를 통해 김익래 회장으로부터 다우데이타 주식 94만주를 사들였다. 이어 4월20일에도 시간외매매를 통해 김 회장으로부터 13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를 통해 이머니가 보유한 다우데이타 지분율은 25.16%에서 28.55%로 3.39%가 늘어났다. 반면 김익래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40%에서 34.79%로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다우데이터 2대주주인 이머니는 김익래 회장과 격차를 6.24%로 좁혔다. 이머니는 김익래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김동준 대표는 개인명의로 다우데이터 지분 3.39%를 가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부자(父子)간 지분격차는 사실상 2.85%에 그친다.
다우데이타는 다우키움그룹의 사실상의 지주사다. 다우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의 지배구조가 핵심 축이고 키움증권은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캐피탈, 키움저축은행, 등의 금융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다우데이타를 지배하면 사실상 다우키움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기에 이머니가 다우데이터 지분을 늘리는 것은 김익래 회장에서 김동준 대표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해석된다.
김익래 회장은 김동준 대표로의 경영승계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김동준 대표는 1984년생으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근무하다 2014년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다우기술 사업기획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6년 다우기술 이사, 2017년 다우데이터 상무, 2018년 다우데이터 전무 등 고속승진을 이어가다 2018년 3월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머니의 다우데이터 지분 확보는 김 대표가 회계법인에 입사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이머니는 2009년 7월 장내매수를 통해 다우데이타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해마다 장내매수와 시간외매매,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다우데이타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머니는 키움증권의 증권 상담실을 운영하거나 금융 데이터베이스(DB)를 판매하는 회사로 2003년 설립됐고 현재 다움키움그룹에서 주식투자전문방송 ‘X1’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머니는 2008년까지 적자회사였지만 2009년부터는 흑자를 내는 알짜배기 회사로 탈바꿈한다. 이머니는 매해 성장을 거듭하며 고속성장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보다 59.1%가 늘어난 168억원을 기록했다.
◇ 일감몰아주기 규제 속 경영승계 시나리오는
김익래 회장은 1981년 큐닉스를 공동 설립했지만 이후 독립해 1986년 큐닉스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들과 함께 다우기술을 설립했다. 다우기술은 IBM 등 해외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기술을 국내에 도입해 성공을 거뒀고 1997년 8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후 2000년 키움증권을 설립하며 온라인 주식위탁매매 서비스(HTS)를 시작했고 기존보다 10분의 1 수준의 수수료를 내세우며 개인투자자 전문 증권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2005년부터는 주식위탁매매시장 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다우키움그룹 역시 신사업 진출 및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정보인증, 다우기술, 다우인큐브, 다우데이타, 사람인HR 등의 계열사는 물론 키움증권,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자산운용, 키움저축은행 등을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다우키움그룹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59곳 가운데 59위였다. 다우키움그룹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다우키움그룹의 향후 경영승계 진행 방향을 놓고도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가 전체 매출 가운데 12% 이상을 내부거래로 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여부를 살펴본다. 다우키움그룹은 수수료 등 이머니 내부거래 비중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12.7%까지 줄인 상태다. 다우키움그룹으로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머니와 다우데이터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동안 이머니의 몸집불리기 행태를 놓고 ‘편법’이라는 논란 역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머니는 그동안 다우키움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매입한 다음 해당 계열사 상장을 통해 투자이익을 거두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왔다. 이런 방식으로 이머니 차익을 거둔 계열사는 미래테크놀로지, 사람인HR, 한국정보인증, 다우인큐브 등이다. 이머니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50%가량을 배당했는데 이를 통해 김동준 대표가 경영승계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우키움그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및 금융당국의 감시가 시작된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영승계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다우키움그룹이 경영승계 마무리를 위해 어떤 방안을 준비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