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세율보다 소비세·부가가치세 면세 범위 줄여야”
증세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도 여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 2020년도 3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자료가 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 2020년도 3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자료가 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침체된 내수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걸친 코로나 경제 위축으로 세수 역시 줄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지난 정부에 이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증세론에 대해 일단 정부는 한발짝 물러선 듯한 모습이지만 재정건전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재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IMF 블로그를 통해 “세계 각국이 현명하게 재정 확장 정책을 써야 한다”며 “상당수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개인 소득세율의 최고 한도를 높일 수 있으며 디지털 경제 활동을 포함해 일부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로 얻은 특별한 수익에 대해 적정한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3번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24조원에 달하는 적자 국채를 찍어내게 됐다. 이에 따라 나라살림 적자비율은 IMF 외환위기를 넘어서게 됐다. 사상 최대 국가 채무가 생기게 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5.8%,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자비율의 경우 IMF 외환위기 타격이 컸던 1998년 4.7%를 넘어서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 수입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3차 추경 기준 국세 수입은 2차 추경보다 11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1차 추경 기준 국세수입 감소액 9000억원까지 더하면 세 차례 추경으로 세수는 12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 영향으로 올해 예상 국세 수입은 292조원이었으나 총 세수가 279조7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세수가 줄면서 총수입도 470조7000억원에 그쳐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예상 총수입 481조8000억원보다 11조1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나랏빚은 늘고 세수마저 쪼그라들면 결국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 문제 때문에 증세가 당연히 필요하다”며 “세율을 올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세제를 조정해서 소비세와 부가가치세의 면세 범위를 줄이고 소득세나 법인세의 비과세나 감면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제 조정으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에 대해 안 교수는 “보편적 복지를 했으면 보편적 증세를 하는 것이 맞다. 식당에서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내야 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떠안을 국가 부채를 생각하면 세제를 조정해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맞다. 이번 기회에 국제 기준에 맞게 바로 잡아 공평 과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에 대해 안 교수는 IMF 외환위기보다 심각하다고 봤다. 그는 “IMF 외환위기는 마지막 터널이 보였다면 지금은 마지막 터널이 안보이기 때문에 지금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중장기적으로 보면 복지 수요가 굉장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채무가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재정 수입 확대를 위해 증세 논의를 시작할 단계”라고 밝혔다.

반면 증세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도 여전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 적자 문제로 증세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지만 선순환적인 증세가 있어야 한다”며 “분배적인 재정 투입 말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을 토입해 투자와 소비가 직작될 수 있도록 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올리면 더 구매하지 않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기업의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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