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매물 흥행보증은 옛말···기술기업 소규모 인수합병 경우가 더 많아
코로나까지 겹쳐 기업들 지갑열기 더욱 망설여
업종은 다르지만 쌍용자동차와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새 주인을 만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환경이 바뀜에 따라 대형매물이 나타나면 ‘대박’이라고 달려들던 풍속도가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인도의 마힌드라가 사실상 쌍용차 지배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사협력 등으로 경영정상화를 꾀하던 쌍용차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양적팽창을 하겠다고 덩치를 불리는 움직임은 사실상 완성차 시장에서 끝났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자동차 생산 시설은 사실상 점차 잉여인데 버리고 싶어도 정부눈치보기 등 때문에 못 버리는 상황”이라면서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쪽으로 점차 바뀌며 부품 50%, 생산직 인력 40%가 더 줄어들어야 될 시기에 쌍용차에 투자나 지분매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재계에선 굵직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서로 사겠다고 달려드는 시절이 있었다. 이미 잘 완성돼 있는 큰 회사와 이른바 ‘빅뱅’을 일으키면 급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많은 대기업들이 양적 혹은 질적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허나 최근 들어 이는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전통적인 업종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들도 시장에 나오면 다들 나서길 꺼려하는 분위기다.
쌍용차와 업종은 다르지만 아시아나항공 역시 비슷한 문제로 아직까지도 논란이다. 지난해 봄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 만해도 SK, 한화 등 대기업들이 서로 사려고 경쟁을 벌일 것이란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전통적 관점에서 시장을 전망했기 때문이다. 본지는 당시에도 ‘인수전’이 아니라 주인을 찾기 어려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결국 어렵게 HDC현대산업개발을 새 주인으로 찾았는데, 그 과정에서 또 인수포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실제로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대박’ 매물이라며 시끄러웠지만 이제 그러한 분석을 하는 곳은 모두 사라졌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선 산업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에 산업을 이끌던 전통적 산업들보다 미래 발전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이제 ‘신기술을 가진 작은 기업’을 인수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몸집 불리기보단 체질변화를 하고 싶은 욕구가 더 큰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져 인수합병 시장은 그야말로 한겨울을 맞았다.
한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거 어려운 시기엔 역설적으로 합병 건들이 활발히 일어났지만 이제 인수합병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시장을 분석하는 관련 조직들도 많이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