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3개 점포 자산 유동화 계획 밝혀···대형 할인점 수익성 악화 타개책
인력 구조조정 없다는 사측···"인근 점포 및 SSM, 온라인 부문으로 전환 배치"
노조 “인근 점포 인력 포화 상태” 반발
홈플러스가 지난 12일 3개 점포에 대한 자산 유동화 계획을 밝혔다.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에서 뒤쳐진 대형마트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대량 실직을 우려하며 폐점에 반대하고 나섰고, 홈플러스는 폐점을 하더라도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매각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9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한 지난 12일 홈플러스는 “홈플러스는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3개 내외의 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위기 극복이란 대형마트의 침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표적인 오프라인 점포인 대형마트 수익성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39% 감소한 1602억원에 그쳤다.
홈플러스가 추진하겠다는 자산 유동화란 부동산 등 회사가 갖고 있는 비유동성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작업을 뜻한다. 홈플러스는 대구점, 대전 둔산점, 안산점 등 3개 점포에 대한 매각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점 소식에 노조가 들썩이자 홈플러스는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홈플러스는 어떻게 ‘구조조정 없는 폐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걸까. 홈플러스는 12일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이미 2만2000명 전체 직원 중 99%가 정규직인 만큼, 오프라인 점포가 폐점하더라도 온라인 등 주력 사업부서나 타 점포로 전환 배치해 정규직 직원으로서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8년 동김해점·부천중동점 폐점시에도 인근 점포로 직원들을 전환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 이번에 추진하는 자산 유동화 역시 같은 과정을 밟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018년에 부천중동점과 동김해점을 폐점할 때에도 직원들로부터 이동 희망 지점 의견을 받았고, 기존 점포 인근 매장 혹은 거주지 중심으로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재배치는 어떻게 이뤄지게 될까. 구조조정 대상 점포 목록에 오른 대전 둔산점의 경우, 해당 점포가 문을 닫게 되면 대전시 내에 6개의 홈플러스 할인점이 남게 된다. 안산점이 폐점될 경우에는 안산선부점과 안산고잔점 등 두 개 할인점만 남는다. 회사 측은 할인점과 같은 대형 매장뿐 아니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와 같은 SSM(기업형수퍼마켓)으로도 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매장 내 이커머스 부분으로도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인 하이퍼 매장뿐만 아니라, 익스프레스와 같은 SSM 매장이나 하이퍼 내 이커머스 부분으로도 배치될 수 있다”면서 “익스프레스는 온라인 못지 않게 성장성이 좋아서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홈플러스 노조는 여전히 실직에의 불안을 안고 있다. 전환 배치할 인근 점포 역시 이미 인력 포화상태인데다, 원거리 매장으로 발령이 날 경우 사실상 퇴사조치라는 이유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안산점의 경우 인근 점포인 안산선부점, 안산고잔점, 시화점은 모두 인력이 꽉 찼다. 안산점에만 218명이 일하는데 이들을 다 어디로 배치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마트 노동자들이 기존 점포에서 거리가 먼 점포로 재배치될 경우 비용, 시간의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익스프레스로 배치되더라도 하이퍼 매장과의 운영 방식 등의 차이가 있어서 업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홈플러스는 아직 폐점 여부 역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못박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매수자도 안 나왔고 폐점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향후 매수자가 해당 점포를 세일즈앤리즈백(매각 후 재임대)하겠다고 한다면 해당 점포의 폐점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양주점과 천안아산점을 폐점한 롯데마트는 현재 인력 재배치를 완료했다. 롯데마트의 전환 배치 기준 거리는 40km 내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원거리 점포로 발령 난 일부 직원이 그만두긴 했지만 현재 재배치를 마친 상태”라면서 “대형마트는 점포 간 일정 수준의 이격 거리가 있기 때문에 기존 점포와 새 점포 간 거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인근 점포로 발령을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슈퍼로는 배치되지 않는다”고도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