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84개 점포 통폐합
NIM 최저점 기록 등 영업점 비효율성 개선 시급해져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의 영업점포 폐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이 점포 폐쇄에 대해 속도 조절을 요구한 탓에 은행들이 점포 폐쇄를 전년보다 못한 바 있다. 은행 내부에선 이런 당국 요구를 ‘지나친 경영개입’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올해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언텍트의 중요성이 커졌고,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 수익성 하락 대비 차원에서 점포 폐쇄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올 상반기 4대 은행 점포 감소세···전년 동기 대비 4배↑
1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포는 올해 5월말 기준으로 344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3525개)와 비교해 84개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102개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28개 감소하는데 그쳤다. 1년 만에 감소세가 4배 이상 커졌다.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축소 움직임은 계속 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10일까지 홍릉점, 방배동점, 연서점, 고대입구점 등 15개 지점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은행권이 보통 하반기 인사철에 맞춰 통폐합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올해 영업점 통폐합 규모는 최근 2~3년 사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시중은행 점포는 2016년 이후 2년 간 빠르게 진행됐다. 2016년 상반기까지 3840개에 달했던 점포는 2017년 상반기 말 3671개로 169개 줄었고, 2018년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0개 감소했다. 2019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8개 줄며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
◇수익성 악화된 은행권 “당국 눈치 살필 때 아니다”
지난해 은행들은 점포를 폐쇄하려면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4월 마련한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에 따라 은행들은 점포 폐쇄를 하려면 영향평가를 통해 해당 점포의 고객 수와 연령대 분포, 대체수단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해야 했다. 지점을 폐쇄해도 해당 지역과 고객의 특성에 따라 이동점포나 ATM을 운영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해야 했다.
또 은행들은 영업점을 폐쇄할 때 최소 1개월 전부터 해당 영업점의 이용 고객에게 문자, 전화, 우편, 이메일 등을 활용해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내방 고객에게도 이를 알려야 했다.
이 시행안은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이 은행권과 공동으로 ‘은행 지점 폐쇄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하려던 것이 업계의 반발에 밀려 무산되면서 나온 것이다. 은행들이 금감원의 모범규준 제정이 ‘경영개입’이라며 반발했고 이에 은행연합회의 강제성이 없는 시행안이 마련됐다.
은행들은 올해 코로나19로 점포가 일시 폐점되고 고객들의 발길도 줄면서 영업점의 생산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봤다. 또 기준금리까지 0%대로 떨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최저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악화돼 비효율 점포를 정리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지점 폐쇄 속도가 빠르다는 당국의 입장이 있었고 은행들도 눈치를 안 볼 입장이 아니었다”며 “올해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점포를 찾지 않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점포 축소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