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혐의, ‘비방할 목적’ 없다면 부정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온라인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활동가 구본창(57)씨에 대한 항소심 절차가 시작됐다.
구씨의 활동과 1심 무죄 판결 이후 양육비 이행강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죄에서 요구하는 ‘비방할 목적’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수원고등법원은 다음달 1일 오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씨의 첫 공판기일을 연다.
이날은 공판준비기일로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와 피고인 측의 입장을 듣고 향후 입증 계획과 재판 절차 등을 정리하고 조율하게 된다.
구씨는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을 사이트에 게시하고, 제보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사이트 운영진에게 전달해 이를 게시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구씨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게재 행위에 관여했는지, 이러한 행위를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검찰은 구씨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냈고, 피해자인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구씨를 재판에 넘겼다.
구씨는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다만 양육비 문제는 공적 관심 사안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인 ‘비방할 목적’이 부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심리한 1심도 구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구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면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양육비 채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함으로써 채권자의 고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행위는 그 동기와 목적에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일부 사적인 동기가 포함되더라도 전체적으로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씨를 비롯해 배드파더스 사이트 관계자들이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대가를 받는 등 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는 점도 유리한 사실로 참작됐다.
구씨의 변호인단도 2심 결과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양육비이행강화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구씨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의 공익활동이 이뤄낸 성과다.
구씨의 변호인인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는 “구씨는 양육비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환기시키고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 촉구 활동을 계속해 왔다. 사이트 창설이후 발의된 법안이 10여개에 달한다”며 “최근 국회에서 개정안 중 일부가 통과해 입법되었다. 이는 구씨의 활동이 공익성을 띈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