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재협상 요청에 인수 포기 전망도···카드사 간접영향 불가피
마일리지 및 연회비 보상 문제 등 우려···“구체적 방안 말할 단계 아냐”
HDC현대산업개발의 재협상 요청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카드사들도 상황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매각이 무산돼 아시아나가 법정관리 또는 파산 절차로 접어들게 되면 항공 마일리지 특화 카드와 관련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문제들로는 적립 마일리지 및 고객 연회비 보상 등이 있으며 카드사들은 당장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보다 전개 국면을 지켜볼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산과 아시아나 채권단은 지난 9일과 10일 양일에 걸쳐 아시아나 매각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현산은 9일 입장문을 통해 채권단에 거래조건을 처음부터 재검토할 것으로 요구했고 이에 채권단은 다음날 현산 측에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요청했다.
채권단은 현산의 입장에 대해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산과 채권단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아시아나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이 6280%까지 치솟자 현산이 2500억에 달하는 계약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산은의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불가피하고 그게 안될 경우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또는 청산 절차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일부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국내 카드사들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현재 채권단이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조건을 수정한 후 최종 인수될 가능성이 높지만 만에 하나라도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가 장기간 지연되면 마일리지 특화 상품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최근들어 아시아나와 관련된 신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우리카드는 지난 2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할 수 있는 ‘카드의정석 마일리지 아시아나 클럽’을 출시했다. 이용금액 1000원당 기본 1.3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상품으로 적립 한도 제한이 없다.
신한카드 역시 지난 3월 ‘글로벌 체크 3종’을 출시하며 ‘Global Air아시아나 신한 체크카드’를 선보인 바 있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말 SC제일은행과 함께 ‘SC제일은행 아시아나 삼성지엔미카드’를 출시했다. 이들 카드사 외에도 각 카드사들은 모두 아시아나 마일리지 특화카드를 판매 중에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 매각의 간접적인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적립된 마일리지의 처리 방법이다. 잔여 마일리지 사용은 항공사와 고객간의 문제지만 만약 당사자인 항공사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닐 경우 그 부담은 카드사에게 전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한 고객이 A카드사를 통해 마일리지를 적립한 경우는 쉽게 말해 A사가 항공사로부터 마일리지를 사서 고객에게 보내 준 것”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미 비용이 지출된 사안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은 카드사로부터 받은 혜택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약에 항공사가 제기능을 할 수 없게되면 카드사에 적절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특화카드 고객들의 추가 혜택, 연회비 등도 문제다. 카드 유효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고객들이 계속 해당 카드를 이용할 경우 마일리지 적립이 아닌 다른 혜택을 제공하거나 연회비를 일부 반환해줘야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카드사의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발급된 카드라고 모른 척할 수는 없다”며 “외부적인 이유로 고객들이 혜택에 손해를 볼 경우 그 기간을 계산해 연회비를 돌려주거나 다른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등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말할 상황은 아니다”며 “사안이 벌어져봐야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마일리지 혜택이 어떠한 제약을 받을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우려하던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보상과 관련된) 금융당국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