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일감몰아주기 통한 부 이전 사례 많아
모회사 소수 주주도 자회사 손해에 소송 가능해져
감사위원회 이사 선출도 분리···“위원의 독립성 확보”
법무부가 ‘재벌 개혁’ 방안 중 하나로 꼽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예고했다. 재벌 총수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 이전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모회사 소주주들이 자회사 손해에 대해 소송이 가능해진다.
법무부는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법무부 대변인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11일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등 기업 대주주나 총수 일가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먼저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소수 주주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다. 소수 주주의 경영 감독권을 높이는 방안으로 꼽혀왔다.
예를 들어 그동안 재벌 총수가 의도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모회사의 부를 자회사나 손자회사 등으로 이전하더라도 모회사의 주주들은 자회사 이사 등을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있는 회사 A가 자회사 B를 세우고, 자회사 B가 대표이사 아들이 대주주가 있는 C회사와 거래를 하면서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물건을 사면 B사에 손해가 되고 C사에는 이익이 된다. B사의 손해는 A사에도 영향을 미쳐 주가가 떨어져 A사의 주주들은 손해를 입는다. 하지만 A사 주주들은 B사를 상대로 소송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자손회사의 손실이 모회사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모회사의 주주들에게 다중대표소송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로 영미권은 물론 일본도 이미 법에 명문화해 시행 중이다”며 “자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 방지 등 모회사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경우를 위한 보충적 수단일 뿐, 자회사 이사의 책임이 증가되는 것은 없고 자회사 경영 개입수단도 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및 해임 규정도 개정된다.
현행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이사 선임 단계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대주주의 의사에 부합하는 인사만 감사위원 후보자로 선임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반영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1인 이상)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상장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및 해임 시 적용되던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정비해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 합산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하여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일원화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건전하고 합리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공정경제 실현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