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10일 입장문 통해 “현산, 협상 테이블 나와 적극적으로 임해야”
HDC현산, 시간 끌며 몸값 낮추고 추가 지원 요구 예상···40조원 규모 기안기금 선정 여부 쟁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HDC산업개발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 간 사이에 기싸움이 치열하다. HDC현산은 아시아나 인수를 재검토하겠다며 채권단을 압박했으며, 산은은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인수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HDC현산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HDC현산을 제외하면 아시아나를 인수할 기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산은이 품기에는 구조조정·국유화 논란 등 부담이 크다.
10일 산은은 입장문을 통해 “인수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며 “현산 측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 이해 관계자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면 논의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 인수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간 아시아나 가치와 시장상황이 크게 변한 만큼, 조건 재협의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계약 내용대로는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 침체로 아시아나 재무 상태가 악화되면서 HDC현산 입장에서는 인수 부담이 커졌다. 1분기 아시아나 순손실은 6832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은 2102억원으로 줄어들어 자본잠식률은 81.2%로 나타났다. 실적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분기 완전자본잠식은 기정사실이 됐다. 부채는 지난해 인수계약 시점 대비 올해 4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아시아나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지만 HDC현산은 급할 것이 없다. 아시아나 인수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끌며 인수가격을 낮추고 추가 정부 지원을 요구할 심산이다.
지난해 아시아나 인수가 시작됐을 시기에도 인수전에 참가한 곳은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제주항공-스톤브릿지,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 3곳 뿐이다. 당시에도 막대한 부채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아시아나 인수는 기대에 비해 흥행에 실패했다.
인수전이 한창일 당시 SK와 GS그룹 등이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내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최종 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SK는 최근 에어아시아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 상황에서 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경우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떠안아야 한다. 항공산업 특성상 항공사를 해외에 매각할 수도 없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사지 않는다면 채권단에서 운영해야 한다. 이 경우 구조조정이 동반될 수 밖에 없는데, 일자리를 중시하는 현 정권에서는 부담이 크다.
이에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산은 아시아나 인수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 정부 추가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산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40조원 규모의 기간안정산업기금으로 보인다. 정부는 항공산업 내 기안기금 지원 대상 1호로 대한항공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지원에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아시아나의 기안기금 지원에 대해서는 매각 문제 해결 전까지는 지원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현산 입장에서는 정부 기안기금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 인수 부담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업계에선 현산이 갑작스레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과 관련, 채권단을 압박해 기안기금 대상에 선정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기안기금 신청 접수를 받아 이달 말부터 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