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웃돌 것으로 점쳐진 ‘매각 첫 단추’ 두산솔루스, 예비입찰서 기대이하 성적
“자구안 실행 늦춰지면 ‘캐시카우’ 위협받을 것”···매각범위 확대 가능성도 제기
두산그룹 자구안이 시작부터 순탄치 않아 보인다. 소위 ‘알짜’로 분류되며 매각이 추진됐던 일부 계열사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관심을 받고 있다. 두산이 매각범위를 확대할 것이란 관측과 더불어 매각가를 둘러싼 두산과 시장의 힘겨루기가 본격화 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1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1조원 이상의 매각가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던 두산솔루스 매각이 기대 이하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진행된 예비입찰에 롯데케미칼이 응찰에 포기하고, 응찰한 사모펀드들마저 비교적 낮은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성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분리매각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업계는 두산솔루스 매각이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첫 단추라는 점에서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자구안의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두산솔루스 매각 움직임이 가장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이 원하는 수준의 매각이 성사될 경우 다른 계열사 매각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솔루스의 매력이 반감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뜸을 들일수록 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 같은데, 두산그룹이 얼마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이번 매각에 임하느냐에 따라 매각금액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라 답했다.
앞서 채권단은 이례적으로 3년이란 비교적 긴 구조조정 시간을 줬다. 두산 입장에선 시간에 쫓겨 헐값매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해 조속한 유동성확보가 요구되며, 매각해야할 계열사들 또한 여럿이기 때문이다. 자구안의 열쇠가 ‘시간’이라는 해석이 나온 까닭이다.
자구안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채권단이 두산의 매각범위 확대를 요구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힘을 얻는다. 그룹의 캐시카우로 분류되는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등은 자구안 수립 과정에서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동성과 경영정상화를 꾀한 이후를 위해서라도 매각은 불가하다는 게 두산의 심산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작성한 자구안을 채권단이 용인했다 하더라도,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매각이 용이한 계열사 매각을 추가적으로 채권단이 요구할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면서 “두산으로선 피하고 싶은 상황인 셈인데, 이를 피하기 위해선 두산솔루스 매각 등과 같이 자구안의 첫 단추가 잘 꿰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두산그룹 측은 이번 매각진행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두산중공업의 순항을 위해 자구안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만을 알려왔다. 다만 “단기간 내 계열사 등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했다면 채권단의 지원 역시 필요치 않았을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