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 8.51% 보유···약 28조원 규모
하위법령 속 ‘집중위험’ 평가 방식에 따라 자본적정성 비율 대폭 악화 가능성
삼성생명 “아직 구체적 얘기할 단계 아냐”

삼성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삼성생명 본사가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이 점차 현실화됨에 따라 삼성생명의 지분 정리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비금융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수십조원 규모로 갖고 있기 때문에 금융그룹감독법 하위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자본적정성 비율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이 일정 기준에 못미칠 경우 금융당국은 해당 그룹에 경영개선계획을 명령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위험자산 처분 등을 요구할 수 있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분해야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시행령 등을 통해 정해지는 자본적정성 산출 기준 등을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금융그룹감독법으로도 불리는 해당 법안은 금융지주가 아니면서 금융계열사를 두 개 이상 운영하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으로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DB, 교보 등 6개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금융계열사의 위험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그룹감독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꾸준히 논의돼왔던 사안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기도 하다. 그동안은 야당의 반대로 법제화가 불가능해 ‘모범규준’ 형태로만 도입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을 확보하고 있는 21대 국회에서는 무난히 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 전부터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을 주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금융위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며 연내에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법안은 내년 6월쯤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 제정이 기정사실화되자 업계의 관심은 삼성금융그룹의 대표회사인 삼성생명에 집중되고 있다. 다행히 20대 국회 의원발의안에 포함돼 있던 ‘비금융사 주식 취득 한도 설정’은 이번 제정안에서 제외됐지만 건전성 관리 강화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분을 일부 처분해야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각 그룹은 대표회사로 선정한 금융사를 중심으로 그룹 위험관리 정책을 마련하고 내부통제 관리기구와 위험관리 협의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그룹 차원에서 금융사간 자본의 중복이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이 최소 자본기준(필요자본) 이상 유지되도록 그룹 자본비율 관리해야 한다.

자료=금융위원회/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금융위원회/표=이다인 디자이너

만약 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이 일정 기준에 미달될 경우 금융위는 대표회사에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할 수 있으며 계획이 부실할 경우 개별 회사에 증자나 위험자산 처분 등의 건전성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 8.51%가 삼성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적정성 비율은 필요자본이 커질수록 낮아지는데 제정안은 필요자본 가산 항목 중 하나로 ‘집중위험’도 포함하고 있다. 쉽게말해 금융그룹의 위험이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경우 더 많은 필요자본이 요구되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보통주)은 총 5억815만7148주로 약 28조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 2018년 금융위가 비금융지주회사에 적용하는 산정방식을 통해 삼성생명의 집중위험을 평가한 결과 약 20조원 가량이 한도초과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적정성 비율도 3분의 1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향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하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물론 집중위험 평가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경우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분해야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은 (금융그룹감독법이) 입법 예고 차원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영향은 시행령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며 “현재는 지켜보고 있는 단계로 (지분 정리에 대해)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