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IPO 실패로 위기 봉착···종로타워점 사업 규모 축소 등 국내 지점 구조조정 나서
패스트파이브 등 토종 기업들 저렴한 임대료 앞세워 강세···코로나19 이후 수요 더 늘어
공유오피스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인 위워크가 경영난 등의 이유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다. 반면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들은 저렴한 임대료를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유오피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토종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 IPO 실패 이후 구조조정 나서···핵심 지사인 종로타워점 임차료·면적 축소 검토
8일 공유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위워크는 KB자산운용에 종로타워점 임대차 계약 수정을 요청했다. 임차료 인하와 임차 면적 축소 등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위워크가 종로타워점을 다른 공유오피스 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2016년 한국 사업을 시작한 위워크는 현재 서울 강남권에 12곳, 강북권에 6곳의 지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선 강북 핵심 지사인 종로타워점이 조정에 들어가면서 을지로점, 광화문점 등 다른 강북 지점도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위워크는 홍콩의 핵심 사무 지역인 코즈웨이베이와 침사추이 지역에서도 2곳의 계약을 조기 파기했다.
위워크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무산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동시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현재 세계 주요 도시 지점에서 철수를 시작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하고 있다. 위워크는 지난해 16억 달러(약 1조96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창업주인 애덤 노이만 전 위워크 최고경영자(CEO)의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추진해 온 IPO까지 무기한 연기됐다. 기업 가치도 47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곤두박질 쳤다.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30억 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 무산을 이유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위워크 본사에서는 최근 공유사무실 내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악재가 겹치며 위기에 봉착했다.
◇패스트파이브·스파크플러스, 저렴한 임대료 앞세워 약진···코로나19 여파 이후 수요 더 늘어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던 위워크의 위기는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들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저렴한 임대료로 공유오피스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월 임대료가 1인 당 35만~45만원, 스파크플러스는 20만~30만원 수준이다. 반면 위워크는 50만~60만원으로 가장 높다. 임대료가 낮은 토종 기업에 수요가 몰리면서 공실률도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위워크의 공실률은 20~50%인 반면 패스트파이브는 공실률 3%를 기록 중이다. 스파크플러스도 5~1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처음으로 공유오피스 비즈니스를 시작한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425억원을 기록했다. 곧 문을 열 서울 여의도점과 선정릉점까지 합치면 25개 지점을 보유해 위워크(20개)보다 지점수가 더 많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스파크플러스도 당시 12곳이었던 지점을 내년까지 40호점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여파로 공유오피스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 대형 사무실 공간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소규모 팀 단위로 사무공간을 분산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비대면·비접촉 방식의 ‘언택트’(untact) 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개인 사무실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실제로 패스트파이브의 지난 3월 기준 신규 입점 문의는 1960건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 1월 1782건 대비 약 10% 증가했다. 실제 이용자 수도 1월 대비 13% 증가한 1만4522명으로 나타났다. 한 오피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무실의 비싼 임대료와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거나 감염을 막기 위해 독립된 별도 사무공간에 대한 요청이 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아울러 토종 기업들은 위워크가 주춤한 틈을 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다람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입주 기업 직원 대상으로, 보육 비용은 전액 패스트파이브가 부담한다. 아울러 코로나19 극복 캠페인 일환으로 소규모 입주사 대상 회원료 ‘반값 프로모션’도 진행하기도 했다. 스파크플러스는 NH농협은행,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과 손잡고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