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연내매각 추진···“방산·건설 시너지·경쟁력강화” 시장은 한화그룹 주목
올 하반기 매물로 나오게 될 한진중공업의 ‘새 주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풍부한 자금력과 방산·건설 등 사업 연계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 한진중공업 발행주식 83.45%를 연내 매각할 방침이다. 현재 공개매각 준비 작업이 한창이며, 이르면 이달 중 관련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2월 한진중공업 자회사 필리핀 수빅조선소 경영부실로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한진중공업홀딩스 및 계열사 보유주식을 전량 무상감자하고 6870억원의 채무를 출자전환했다.
한진중공업은 조선·건설부문 등의 양대 사업과 동서울터미널·영도조선소부지 등 다양한 알짜 자산을 지녔다. 채권단 안팎에 따르면, 개별 사업부문과 주요 자산들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 대신 통매각 방식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의사가 있는 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 매각방법이 결정되지만, 우선적으로 통매각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을 주목한다. 앞서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방산사업부문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한진중공업은 조선부문을 영위 중이지만 군함 등과 같은 특수선만을 건조한다. 방산사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화그룹 입장에서 한진중공업의 조선부문은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다.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 한진중공업과 차기고속정 후속함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사의 협력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은 7조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다. 포스코·현대중공업 등 막강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막대한 자금조달 등에 부담을 느끼고, 실사 저지투쟁을 벌인 노조의 반발과 산업은행 등과의 이견이 커짐에 따라 최종 고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함정·잠수함 등 한 단계 높은 방산기술력 보유를 위해 추진됐던 성격이 짙다”면서 “육군·공군 등에 이어 해군에 이르기까지 종합방산전문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등 다양한 악재가 겹쳐 무위에 그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화그룹의 방산능력 강화만 놓고 봤을 때 가격과 규모 등을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보다 한진중공업이 적합할 수 있다”면서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컨테이너·벌크 등 각종 상선들을 건조해 온 곳인 만큼, 한화 측이 방산뿐 아니라 상선제작 등으로의 확장을 원한다 하더라도 충분이 대응 가능한 업체”라고 평했다.
한편, 채권단이 통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한화그룹이 건설사업도 영위하고 있어 혹시 인수를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한화건설과 한진중공업은 각각 12위·45위에 랭크됐다. 또한, 한화건설은 기존 아파트 브랜드 ‘꿈에그린’을 넘어 신규 브랜드 ‘포레나(FORENA)’를 론칭하며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