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분양가 통제 불구 주택시장 전반 시세 안정화는 역부족

구축아파트와 신축분양간 가격에 차이가 커지며 이른바 로또청약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구축아파트와 신축분양간 가격에 차이가 커지며 이른바 로또청약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1순위 청약신청을 받는 서초구 잠원동 르엘신반포 파크애비뉴(신반포13차 재건축)가 10억 로또라는 말과 함께 기대감에 회자되는 영향이다. 대다수 분양 사업장 물량이 가점 순으로 당첨자를 가려내지만 이곳에서 나오는 일부 극소 물량은 추첨으로 집주인을 선정한다. 가점은 낮지만 자금여력이 되는 현금부자 다수가 청약에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롯데건설은 이날 지하 3층~지상 35층, 3개 동, 총 330가구 규모의 르엘신반포 파크애비뉴 분양에 돌입했다. 전체세대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98세대다. 앞서 3.3㎡ 당 평균분양가는 4849만 원으로 책정됐다. ▲49㎡ 10억 3000만 원 ▲59㎡ 12원 3300만 원 ▲84㎡A 17억 2100만 원 ▲84㎡B 16억 7500만 원 ▲107㎡ 20억 5500만 원이다. 인근의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전용 78㎡가 약 한달 여 전인 지난 4월 26억 원에 실거래 된 것에 견주어보면 분양가는 인근 시세대비 10억 원 가까이 저렴하다. 특히 반포, 잠원권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동초, 신동중이 붙어있는 학세권 단지여서, 학군을 목적으로 하는 청약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다수 사업장이 100% 가점제로 일반분양 당첨자를 가려내는 것과 달리 이 사업장은 전용 107㎡ 타입 물량의 50%인 세 가구는 추첨으로 추려낸다. 시장에서는 최근 강남권 당첨가점이 평균 60점을 훌쩍 넘기는 만큼 청약가점이 낮은 사람이라면 이 타입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해석되며 이른바 현찰부자들이 청약에 임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위한 시행방안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약시장은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고, 분양가를 통제해 공급가격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분양물량이 다수의 구축으로 시세가 굳건한 주택시장 전반의 가격을 끌어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로또청약자만 다수 양산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급물량도 적은 시기에, 소수의 공급물량 분양가 제어로 주택시장 전반을 핸들링하는게 가능하겠는가”라며 “분양가를 낮추는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낮은 분양가에 맞춰 기존 아파트 가격이 낮아진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로또청약자 양산은 이 사업장 하나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의 일반 분양가가 3.3㎡당 2910만 원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HUG가 둔촌주공 조합에 해당 가격을 통보했고, 조합은 내달 초 임시총회를 열어 이 가격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내달 29일부터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일반 분양가가 더 낮아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처지다. 결국 분양가 통제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이룬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로또분양 당첨자만 키워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둔촌주공 조합도 내홍에 휩싸였다. 자신을 둔촌주공의 한 조합원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부동산 온라인 카페에 “조합의 개발이익을 강탈해서 일반분양자에게 로또분양을 해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과도한 분양가 개입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HUG가 분양 보증 독점을 이용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며 “분양시장에 로또분양 광풍이 불고 있다. 이는 정책의 효과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분양 보증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등 개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