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치솟는 부채비율 고민···자본확충 불가피
에어부산, 자본잠식 현실화···내달 주식 한도 변경 통해 자본확충 준비
국내 항공사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6개 업체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회복 시점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적자 폭이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15일 상장 6개 항공사가 밝힌 1분기 실적에 따르면 6개 항공사의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손실 총액은 1조4821억원이다. 각 항공사는 코로나19로 비운항 조치가 이어지면서 실적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2년 전 상장 6개 항공사의 별도 기준 당기순익은 총 147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은 당기순손실 224억원으로 나타났다. LCC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342억원, 84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전체 실적은 감소했다.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항공사 규모가 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매출액 기준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이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항공기 유지비,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5일 기준 180대의 항공기를 등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84대, 제주항공은 45대 순이다. 나머지 상장 항공사의 항공기 등록 대수는 진에어 28대, 티웨이항공 28대, 에어부산 27대 등이다.
직원 수도 항공기 등록 대수와 비슷하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이 1만9063명으로 가장 많다. 아시아나항공이 9155명으로 항공사 중 2번째로 많은 인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로 제주항공 3306명, 티웨이항공 2310명, 진에어 1942명, 에어부산 1454명 순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치솟는 부채비율에 고민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871.4%다. 그러나 1분기 부채비율은 1222.5%까지 치솟았다.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6279.7%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386.6%다.
LCC도 자본잠식 우려가 나올 만큼 경영 상황이 나쁘다. 1분기보다 2분기 적자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이 양호했던 에어부산은 이미 자본잠식이 시작됐다. 연결 기준 1분기 에어부산의 자본총계는 463억원, 자본금은 520억원이다.
영업을 통한 재무건전성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국제선 여객수요도 4월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항공사는 6월부터 운항을 재개할 계획을 갖고 있으나 온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라면서 “가까운 시일에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더라도 각 국가들의 입국제한 조치가 보수적으로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각 항공사들은 자본확충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 계획을 확정했다. 유증 실시 후 산업은행 등 금융권이 영구채 매입을 진행하면 부채비율은 점차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발행 주식 총수 한도를 늘리고 전환사채 발행한도 역시 변경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에 이어 올해만 2번째 주식 총수 한도 변경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본확충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CC 에어부산도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날 발행 주식 총수 한도를 늘리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에어부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에어부산이 발행 가능한 주식총수 한도는 보통주 1억주다. 이 중 지난해 말 기준 발행한 주식의 총수는 5207만주다. 추가 발행에 여유가 있는 셈이다. 업계선 여유가 있음에도 에어부산이 한도를 늘리는 이유를 두고 아시아나항공과 유사한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기업과 주주 입장에선 상당한 악재다. 그럼에도 항공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서기 위해 유증을 하는 걸 보면, 업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 지 가늠할 수 있다”고 밝혔다.